나의 한 단어 21-365
보기에 불편하지 않고
쓰기에 어색하지 않은 정도의 초과.
1.
여름 끝이 질기다
갈바람에도 밀리지 않고
텁텁한 물기를 품고 있다.
길 위에 이른 벚 낙엽 떨어지는데도
마지막 전의를 뿜어내고 있다
그래도 남은 열기가 모춤해서 다행이다.
2.
찰랑찰랑할 정도로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힘겹지 않을 만큼 조금 넘어선 책임
무엇이든 모자란 상태보다
약간 남는 것이 안심일 때가 있다.
그래도
몸이 먼저 알아채고
덜어내도 좋겠다고 말하기 직전의 짐
비워지고, 게을러져도 좋을
삶의 무게
3.
부족한 것보다 낫고
꽤 지나친 것보다는 알맞은 정도다.
생각해 보면
살아가는 날에 먹고 누리는 것은
부족한 것보다
뭐든 하나쯤 남을 정도라면
오히려 좋을 것 같다.
4.
‘모춤하다.’
괜한 정신에 욕심내거나
괜한 생각에 휩쓸려서
과도한 생각줄기에 몸이 붙들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정도라면
비워내도 좋겠다.
근처 자주 가는 야채 과일 가게에서
사과 하나 고구마 하나, 덤으로 얹어주는 풍경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젊은 날 밥상,
어머니가 고봉밥 올려주던 날은
꿈에서라도
모춤하게 또 누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