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잎 내려다보는
복잡한 상가
몸 하나 겨우 지나갈 골목길
선 채 들여다보는
가방 둘러 맨 젊은이,
하늘색 종이
나는 모른 척
스친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가 어떤 환자인지
무슨 치료를 받았는지
얼마를 지불했는지
담당의사가 누구인지
모두 알 수 있다 해도
흰 글씨로 적힌
검은 마음
진단서,
슬픔의 보고서
볼수록 멀리하고 싶고
읽을수록 잊어버리고 싶은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으면
바람에 흩날려
손 닿을 수 없는 하늘로 사라지길 바라는
불안의 샘
젊음이 한걸음 옮길 때
그 차가운 종이
내 몸에 스치며
푸른 침처럼 찌른다
아프다는 건
아직 살아 있단 은총
골목을 빠져나오니
세계가 진단서
스쳐가는 사람마다
하얀 종이 한 장씩
들여다보며
서 있는 광장
차가운 시대,
바람에 펄럭이는
우리의 자화상
그러나
여전히 맞잡은
검붉은 도톰한
손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