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 후 나의 말 詩 12. 도시가을

by 푸른킴

사흘 내리던 비

나흘째 물러서지 않는

한가한 공원 주차장

차를 움직이다

한참 그대로 서 있어야 할

가을 새벽


벙거지

하얀 안경

회색 등산복, 검은 스틱

엇비슷하게 서 있는 나이 든 다리


탁탁탁


길옆 영그는 초록 밤송이

잠도 덜 깨었을 텐데

두 손 들어 다그친다

아직 밤송이 푸른 얼굴

밤알처럼 갈색 물들기 전

떨어져도 괜찮다며

못 이기는 척 시나브로,

아쉬움 감싸 안아 주려

비행하는 어린 초록

불현듯 물드는 낙엽

거울인 듯

젊음을 내리친 노년,

길을 비켜서고

우리는 눈이 마주쳐

가볍게 웃는다


미안합니다


길 위에 구르는

밤의 고백

사이

천천히 움직이는 차에

말을 건네는 노인,

동틀녘

나무 곁으로

물먹은 한걸음,

스쳐 가는 사이

세월의 비

아직 스며드는

숲,

노인과 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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