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하다

나의 한 단어 29

by 푸른킴

1.

표준어에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사투리로 익숙하다.

대략 얼기설기 꾸며진 뜻은


‘느낌이 은근하다. 뜻이나 생각이 깊다.’


표준으로 정해진 뜻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이 뜻으로 알음알음 쓴다.

사람들이 정작 쓰고 싶은 뜻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보면

표준어에서 사라진 이면을 보자면,

사람들이 쓰고 싶어 하는 따뜻한 뜻은 흐릿하고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딱딱한 표현만 오롯해진 탓이다.

2.

이윽하다의 표준어는

‘이슥하다’가 이다.

이 말은, 표준어답게 자주 쓰이는데,

‘밤이 매우 깊다. 지난 시간이 매우 길다’라는 뜻이다.

이 말 속에는 깊은 어느 시간, 어둑한 수묵 같은 숲길이 그려진다.

가끔은 ‘으슥하다’라는 말과 뒤섞이기도 한다.

‘으슥하다’라는 말은 좀 음산한 분위기가 풍긴다.

즉, “너무 조용해서 무서움을 느낄 만큼 후미진” 풍경이다.

3.

‘이윽하다’

뜻은 확실하게 공유된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넓은 표준말보다

이 좁은 사투리가 정겨울 때가 있다.

어느 사람은 ‘이슥하다’라고 쓰는 말을

또 어느 사람은 이윽하다로 쓰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해도 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차별도 있을 수 없다.

다만, 그 뜻을 밤길 어둑한 풍경으로 그려내는 이와

살가운 사람들의 따뜻한 느낌으로 살려내는 이 사이에는

어쩌면 다른 삶의 방식이 있을지 모르겠다.


4.

삶은 핍절해도

말, 단어 하나라도 이윽한 사람 사는 풍경이 담기면 좋겠다.

사람 사이에 이슥한 풍경이 사라져

이윽한 웃음만 깊이 물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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