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단어 32-365
탐탁스럽게 잘 어울리지 못하여 어색하게
1.
저녁 식사로 순두부를 준비하던
아이가, 다 좋은데 뭔가 하나 빠진 것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미리 맛본 나로서는
밥 한 공기 뚝딱할 맛이라고 했지만,
만든 사람은 뭔가 아쉬운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결국, 마지막 순간, 만들어진 그대로 식탁에 올려주었다.
당연히 그 자체로 엄청 맛있는 맛 그대로였다.
2.
‘머슬머슬히’
아무리 꾸미고 손을 대어도 뭔가 어색한 것이 있다.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탐탁하지 않은 것 말이다.
좋은 날, 슬픈 이야기가 그러하고
슬픈 날, 괜히 좋은 이야기가 그러하다.
하지만, 굳이 고치지 않아도 좋은 것들이다.
무엇이든 잘 어울리면 좋겠지만
괜히 그럴 필요 없는 일들을 표현한다.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아도
세계는 그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며,
어색한 채로도 묘한 균형을 만들어가는 일이 태반이니.
3.
‘머슬머슬히’
세계는 억지로 만들어 내려는 조화 때문에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부서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 괜한 힘에 속절없이 떨어져 나간 것들이 많다.
다시 다독이기도 살려내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이왕이면 무리하게 힘을 쓰지 않아도
그 자체로 적절하게 조화롭다는 것을 볼 줄 알면 좋겠다.
4.
‘머슬머슬히’
이 단어를 보고 있으니
문득 삶의 근육(muscle)이 떠오른다.
단단하고 강력한 인상을 주는 저 말속에는
미세한 것까지도
조화롭게 견고하다는 말이 들어있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오길영의 산문집
『아름다운 단단함』(소명출판, 2019) 제목도 그러했다.
부드러운 채로 견고하고,
감성에 물든 채로 이성을 발휘하는 것.
5.
이 세상의 모든 어색함은
그 나름대로 아름답고
심지어 서로 견고하게
자리 자기를 지켜내기까지 한다.
과도한 힘으로 머슬머슬히 이루는 획일보다는
부드러운 힘으로 붓 가는 대로 일획 일획
자기 힘으로 맛보는
자유로운 세계가 아름다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