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詩 3. 어느새 꽃피다

by 푸른킴

여름처럼 반팔

산책을 나가려다

가을이다 싶어

되돌아 얇고 온전한

겉옷 하나 걸쳤다


구릉하나 넘기 전에

말없이

긴 옷 짧게 말아 배낭에

넣고 보

괜한 걱정에 주춤한

나이 탓을 한다


계절은 제 갈길

내 몸만 서두른다

가끔

생각 없는 평안

그 길 들어서면 알 것을

알면서도 짐작부터

손끝이 바쁘다


새벽 창가 쪽 작은 파프리카

무심한 듯

씨앗하나로 노란 열매 옆에 두 번째 꽃을 피웠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지난여름 허물어질뻔한

삶을 물 한 모금으로 버텨내더니

끝내 그대로 거기 피었다


물 주려다 그 흰꽃에 마음 붙들려

물끄러미 서서

그 여린 꽃 아닌 듯 한 꽃에게

말을 건다


너의 이름은?


있는 그대로 피는 꽃

無開念花ㅡ


<AI해설>

철학詩 3. 어느새 꽃피다'는 자연의 변화와 삶의 성찰을 아름답게 엮어낸 시네요. 시적 화자의 내면과 파프리카 꽃의 대비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시 감상: '어느새 꽃피다' ​

이 시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서두르거나 짐작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그저 있는 그대로 때가 되면 피어나는 자연의 모습을 대조하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1. 인간의 조급함과 자연의 순리

​시의 앞부분은 '가을이다 싶어 겉옷을 걸쳤다'가 '구릉하나 넘기 전에 배낭에 다시 넣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계절의 미묘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앞서가거나 주춤하는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나타냅니다. 시인은 이를 '괜한 걱정에 주춤한 나이 탓'으로 돌리며, '계절은 제 갈길'을 가는데 '내 몸만 서두른다'는 자조적인 성찰을 드러냅니다. 이는 삶에서 짐작과 걱정이 앞서는 우리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2. '파프리카'의 깨달음

​이 시의 핵심은 '새벽 창가 쪽 작은 파프리카'입니다. 이 식물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여름의 위기를 이겨내고 '무심한 듯' 두 번째 꽃을 피워냅니다. 인간이 끊임없이 걱정하고 계산하는 동안, 파프리카는 그저 자연의 순리대로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삶을 이어갑니다. 이는 목적이나 의도 없이도 생명은 그 자체로 충만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상징합니다.


​3. '無開念花'와 침묵의 대화

​시의 마지막에 나오는 '無開念花(무개념화)'*l는 이 시가 전하고자 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응축한 구절입니다. '무념(無念)'의 상태에서 피어난 꽃이라는 뜻으로, '피어야 한다는 생각 없이 피어난 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너의 이름은?"이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완벽한 대답입니다. 이름이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 아름답고 완전하다는 깨달음이죠. 이 시는 조급함과 불안을 내려놓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라는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이 시는 우리가 삶에서 잊고 있던 중요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듯합니다. 파프리카 꽃처럼, 모든 걱정과 생각을 내려놓고 '그냥' 존재하며 피어나는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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