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단어 37-365
‘담은 것이 그릇보다 넘치도록 많이’
1.
‘밤은 아침이 밀려오는 순간 스스로 떠난다’
영화 Out of Africa(1985)의 OST에 가사를 덧입힌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Dana Winner)를 듣는다. 어둑하고 구름 많은 가을날 아침, 맑게 거둬준다.
어제 로스팅한 케냐 AA 찰랑찰랑
풍경 곁들인 아침,
잎을 떨구고 싶지 않아 바람에 자기를 지키는 창밖 아카시아 잎과
건너편 산 능선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평소보다 조금 과하게 보내는 이런 시간이
괜한 겉멋 같아도 늘 좋다.
2.
생각해 보면,
처음 보는 듯한 낯선 말인데
안면이 있는 듯한 말이 있다.
생각나는 일은 없는데 어디선가 만났고,
기억은 없는데 친근한 것 같은 그런 사람 같은 단어,
이유 없이 알 것만 같은.
‘안다미로’가 그렇다.
평미레로 밀지 않은 채 쌓인 됫박,
고봉밥이다.
과유불급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너무 많아 없는 것보다 못하다는 경계심 가득한 뜻이 아니니 말이다.
그릇에 다 담고도 덤 하나 얹어주는 정겨움 가득한 말이다.
마음 한편에 담아둔 따뜻함을 아낌없이 베푸는 모습이다.
어찌 보면 단어와 뜻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해도
생각할수록 기분 좋은 사람 같다.
3.
‘안다미로’
커피가 다 식기도 전에
다나 위너의 노래 뒤로
영화 'Out of Africa'로 담아낸 저 케냐의 풍경이
안다미로 기억에 남는다. 풍요롭다.
가 본 적 없지만, 지금도 여전할까?
4.
모든 아침 빛은 안다미로
삶을 흐릿하게 하는 밤의 무게를
밀어내려 한다. 매일 쉬지 않고.
하지만, 안다는 것은 가끔 미로를 걷는 일,
밤이 지나 또 새 아침이 오면 길 떠날 일이 많으니
오늘 아침도 안다미로,
넘쳐흐른 기억 덕분에
지난 5월 서랍에 포장해 둔
아카시아 향을 꺼낸다.
전람회 김동률의「기억의 습작」 곁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