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절을 싸우듯 물리칠 힘이 나에겐 없다,
여름과 가을이 치열하게 힘겨루기 할 때
나는 고래 싸움에 터져버린 새우 등 같이 연약했을 뿐이다,
청명한 하늘이 며칠 연이어 열렸을 때,
아직 한낮 반짝 더위가 여전해도
아침저녁 서늘함이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할 때,
나는 비로소 여름이 떠나버렸다고 확신했다,
맑고 파란 시월(十月)이 열렸다,
이로써 말없이 행복하다.
2.
이 시월이면 내 삶은
은은히
숱한 상상으로 단풍 든다,
자연스럽게
그 단풍 너머 나의 시월(視越)을 즐긴다,
시월은 눈앞에 보이는 것 너머를
부감하는
선물 같은 시선이다,
시월은 시월(視越)의 계절
현실 같은 상상으로
한 번도 보지 못한 구름 길 너머
하늘산을 넘어서기도 하며,
꿈에서만 만날 것 같은 바다 아래
심해를 내려가보기도 한다,
상상뿐인가.
그 또한 작은 일탈
손에 잡히는 현실로
온갖 단풍으로 수놓은 숲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벗 삼아 하루 종일 둘레길을 돌기도 하며,
이름을 알 필요도 없는 야생화 가득한 언덕에 누워 낮잠을 자기도 하며,
힘 있게 흘러내리는 계곡물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쏟아지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보기도 한다.
3.
이 상상은
현실의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작은 일탈
죽음, 안식, 순례,
삶의 궤도 너머,
초(超) 정상을 향하는
일탈이자 여행
안식 역시 가역적 일탈
일상이 안정 궤도를 유지하길 소망하기에
단 하루, 안식의 날,
포기하지 않을
거룩한, 놀이
삶이 숭고한 목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면
나는 오히려
홀로 낭비하는 이 걷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4.
이 가을이 스러지기 전
나의 삶은 언제나
너머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창발 한다.
예상 못한 길 위에서
뜻밖의 새로운 흔적이
하늘의 선물처럼 주어질 것이다,
그러니
계절 앞에 몸은 비어가도
웃자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나의 시월(視越)로
그대의 시월(十月)도
마냥
쾌청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