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단어 51-365
다리가 가늘고 길게 보여
상체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걷는,
옷이 몸에 맞지 않아 짧아 보이는,
1.
월요일 아침, 연휴 끝 출근은
첫걸음부터 무뎌진다고,
어제저녁부터 첫째가 하소연했다.
만원 전철, 비가 내려
끈적끈적 할 테고
괜히 후덥지근하여,
간간히 돌아가는 선풍기가
없는 것만 못한 듯
을씨년스럽다
틈 없이 서 있을 사람들
적절한 조화라기보다는
뭔가 잘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환승역에서 모든 사람이 내려
전철 안이 텅 비어도
마음은 묵직한 일들로 무겁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뭔가 불균형인 듯하고
비대칭 같은 이런 삶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우리말에는 이런 불균형의 느낌을 담은 단어가 있다.
바로 ‘설멍설멍’이다.
2.
‘설멍설멍’
다리가 길어 몸이
상대적으로 짧아 보이는 현상,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못하는,
불균형, 비대칭, 어색한 모습이다.
요즘 공유되는 사진에서
비율을 확대해서 우스울 정도로
다리를 길게 찍는 경우가 있다.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장면이다.
나도 이런 사진을 즐긴다.
웃기긴 하지만,
생각보다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 준다.
아마도 불균형을 잠시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3.
‘설멍설멍’
살아가다 보면 틀에 잘 맞는
정확한 대칭을 좋아한다.
괜한 비대칭은 상상에서나 즐거울 뿐,
가끔 모른 척 즐기는 정도로 충분하다.
그러나 이런 불균형이 오히려
잘 쓰지 않던 몸과 마음의 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자극해,
오히려 삶을 활기차게 할 수도 있다
너무 무리하게 구색을 맞추려는 것이
어색할 때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불균형을 항상 아름답다고
즐길 수만은 없기도 하다.
지난 2018년
소설 『비대칭』을 쓴 작가 리사 할리데이(45)는
번역본 출간 당시(2021)
한 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에게
전쟁의 복합성과 아픔을 보여줬으면 한다
-서울신문, 2021-09-06-
라고 제목을 설명했다.
평화의 불균형인 전쟁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4.
‘설멍설멍’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자연스러운 불균형이 아니라
인위적이며, 계산적이고
무엇보다 정치적일 때
가장 위험한 용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아예 마음 편히
설멍설멍한
나의 삶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행복하게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 지혜일지 모른다.
'설멍설멍'
불균형한 세상에서도
유머와 여유를 끌어안으며,
‘삶의 어색함’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옛사람들의 온유한 철학 용어라 해도
손색없다.
덧. 연휴 뒤끝 없는 월요일 아침에
이른 시간부터 출퇴근을 위해 전철을 타야 하는 사람들이
그 설멍설멍한 상황에서도 평안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