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기도 詩 2. 푸른 노래

by 푸른킴

북악산 호경암 오르는 길

가을에도 여전히

진초록 옷 입고

여름을 맞서는


풀은 실체다.

풀은 실제다.

약하고 흔들리기 쉽다 한다.

시인들은

바람에 넘어졌다 다시 일어서는 풀을 상상한 적이 있다.


그들처럼 우리도

풀은 비록 말라버려도 마지막 순간까지 바람,

칼에 대항할 힘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

결코 쉽게 스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풀을 낫으로 베어낼 수 있다고 자만하던 자들을 우습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 풀 보는 순간,

나의 침묵 딛고 생명의 전진,

책 너머로 살랑이는 풀의 노래 듣는다.


가을다운 이 날,

죽지 않은 여름풀 향기 생생한

나의 서재에서

느릿하게 밀려오고 흘러가는 가을을 본다.


그래,

풀은 살아있다.

그 생풀은 생기 넘치는 삶의 전령이다.

그날 풀의 시인 김수영처럼

오늘 나는 안다.

풀이 살아있으니

숲은 사라지지 않을게다.

그 견고한 풀숲 덕분에

푸른 나


고요히

바람보다 먼저 눕지 않을 푸른

가을 하늘 따라

숨결자유 온몸에 스미도록

함께 내딛는,

우리 기도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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