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단어 55-365
가죽이나 종이 따위가 군데군데
패여있거나
사람이 한 곳에 가득 차 있는 모습
1.
페트리샤 폴라코(1944~)의 『할머니의 조각보』,
파편 같은 삶의 조각들이었지만
그의 그림과 글로
아름다운 조각보로 엮였다.
지난 두 달 동안 쉰다섯 개 우리말을
매일 하나씩 다시 읽고 글로 남겼다.
처음 읽는 것은 아니라 해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
낯설기만 하다.
2.
그래도
뜻이 조금 더 선명해진 단어도 있고,
아무래도 어렴풋한 말로 있으며,
아직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 단어들은
폴라코의 그림책처럼
서로 관련 없는 듯 긴밀하게 엮이고
그저 단어 조각들이지만
제법 내 삶의 여러 단면을 의미 있게
엮어내는 말로 남아
내 삶을 이리저리 꾸며주고 다독여준다.
3.‘
희치희치
치이거나 미어져 있는 모양이라는 말에서
뭔가 울툴불퉁하거나, 헤어져 구멍이 나거나
아니면 너무 꽉 차 있는 상태를 표현한다.
그동안 내가 만난 단어들은
곧 내가 겪은 삶 곳곳에
흔적처럼 박혀 나름 제 빛을 내고 있다.
돌이켜보니, 이것저것 갖다 붙인 미완성 그림 같은 일들이
군데군데 여울목 같은 돌부리도 있고,
뽑히다 만 나무뿌리처럼 도드라져
평탄하지 않은 그대로 돋을새김되어 있다.
4.
희치희치
이 단어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뜻밖에, 다른 결의 의미도 찾을 수 있다.
가벼운 눈흘김도 연상되고
잠깐잠깐 머뭇머뭇하는 모습도 떠오른다.
가볍게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표정이기도 하다.
단어의 본래 의미와 전혀 상관없는
이런 단어가 떠오른 것은
전적으로 이 단어의 이미지 때문인 듯하다.
마치 ‘치. 치. 치’라는 말이 ‘희, 희, 희’와
조화를 이뤄 기쁨과 아쉬움이 함께 묻어난다.
5.
단어 하나로 삶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아마도 희치희치만 한 것이 없을 듯하다.
울퉁불퉁하다가
다듬어지고,
구멍 뚫려 휑한 모양이다가
출근 시간, 사람들로 꽉 찬 전철 안의 풍경도 들어있다.
게다가
속상한 마음 끝에,
은근히 기분 좋은 일도
함께 들어있는
그림 같은 소리.
이런 가벼운 단어 하나가
하루의 피곤함을
가볍게 만들어,
나를 웃게 해 준다.
“ㅎㅊㅎ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