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기도 詩 11. 낙엽 환영회

-가을 캠프를 마치고

by 푸른킴

2022년 3월

걷기가 운동이 아니라 치료로 바뀐,

시간의 급습―

그러나

예고된 변화

언제올지 혼자 물었던 기억 떠올려보면,

그날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일상


그날 이후

걷기는 느릿해지고

쉼은 길어지다

보름도 지나기 전

두 발이

스스로 멈춰 선

세월의

건널목

어느날 계단 다섯 개를 오르지 못하고

숨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무작정

걸은 시간보다 길게

내 몸에 남아있는 피로

세상 밖으로부터

충전 빚지는

안식


병원 2층으로 이어지는 열 개 남짓 계단

하루 삼 만보,

열 시간에 견줄 수 없는

짧디 짧은 걷기

더 걷지 못하게 몸을 끌어내려야 하는

무모한 모험,


그러나

행복했다.


보름 남짓 입원 치료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

어느사이 봄이 마음에 내려 앉았고

먼 길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시간,

기어코 되돌아와


흰 옷 입은 길벗 두 분

위로격려 덕분에

내 몸은 처음부터 길을 잃지 않았으니

한 끼 식사 앞에 두고

감사하는 의식

나의 삶을

나만 가꾸지는 못한다는

상식


일용할 양식의 기도

“몸의 안정과 평화로운 일상”이라 말하다

‘샬롬,’

온전한 몸의 질서회복,


그 짧은 자기위로

긴 눈물로 음식에

간을 맞추고

나는

여린 몸 다독여

강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몸의 분투―


더는 위로 오를 필요없어

더 깊고 낮은 이 땅바닥

옆으로 이어진 길을 벗어나지 않고

작은 터전 가장 넓은 우주

'그안에'서

신앙동지들과

'사랑'하며 어울려 살아야,

마침내

제자리

낙엽 하롱하롱

엽서처럼

환대하듯 낙하,

영원과 접붙여진

회생하는 죽음

나도 너를

환영한다,


시월의

시월(視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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