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기도 詩 14(끝). 너의 이름

걷기 연작詩 1부(14편)를 마치다

by 푸른킴

날이 풀려

바람이

겨울을 데려온

서재의 늦은 오후


길 건너 미술관 공사장

소리가 겨울을 재촉하는 듯

요란할 때,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커피 원두를 갈아

따듯한 커피, 담아 들고

가림막 굳게 쳐진

공사현장 옆을

스친다


일곱 번째 해

여전히 더디게

바위 걷어내고

터 다지고

굉음을 이어붙여

일 층 골조 겨우 완성된 사이,


맞은편 아파트 주민

침묵으로

끝내 흰 글씨로 박제하여

두 번째 내건

붉은 걸개


옛 성북동 비둘기

지금처럼

문명의 역설이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

다시 새겨진

북정동 꼭대기 작은 공원―


골목은 몸 하나

겨우 지나면 빈틈이 없고

스치는 사람

들고나는 물건 보기 어려운

빈 길


성벽 따라 삭아진

오랜 집들 너머

고급빌라촌

멀리 내다보는 밤


그러나―


밤이 되면

여기와 저기 불빛 함께 살아나

생존의 흔적 일깨워주면

마침내 세계는

어둠의 그늘

그 아래

어디나

사유의 공-간

성찰의 저장고,

샬롬


비로소

나의 두 발로

이 땅, 평등한 우주로

한 걸음씩 미끄러지듯


닿은


공원 정상 팔각정

떠났던 그 비둘기 무리

옹기종기 모여

한 끼 밥상

차린 듯 구구거리면

산 아래 도시엔

건물마다 연기 피우듯

불빛

구구구구―


축포이기에는

그 불꽃 터뜨리려

어둠 속 웅크리고

때를 따라

몸을 움직여야 하는

사람의 비싼 수고

너무 값싼,


그렇다고 세계를

조각낼 수 있을까


돌아보면

그렇게 우린

태초부터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계 안에서


어떻게든 조화롭게

지내려고 자신을 다독이는

땅에서 솟는

평화의 존재


그대 이름은


“호모 파키피쿠스”


돌아와

걸었던 지난 길들 되돌아보면

새로운 길 못지않게

지나온 길 떠올리는 행복


다시


*아침이 오면

‘서시’의 그 노래처럼,

나를 우러르며 다독이는 하늘 벗 삼아

조용히 두 손으로 문 열어


나에게도 주어지는

그 새 길을

함께,


걸을테다*


*-* 시구는 시인 윤동주의 시를 나의 언어로 변주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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