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기도 詩 0. 프롤로그
"아앙~”
창조,
이름 붙여지기 직전
세상의 모든 탄생 그 경이로움―
여리지만 옹골찬 소리,
생명의 탄성
한 아이 세계의 벽을 뚫고
틈을 내어 들어와
위태롭지만 당당하게
고단한 투쟁―
이내 엄마 품에 안겨 내쉬는 숨
아이를 꼬옥 안아보는 엄마
몸 안에 품었던 상상의 아이
몸 밖에서 생생하게 받으니
두 사람 서로에 따듯한 선물
향기처럼 번지는 온기,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로
살포시 내려앉으면,
생명의 온도계
삼십육과 반, 멈춤
들리는가
쌔근거리는 여린 숨소리
연주 같기도 하고,
포효 같은 숨결,
오늘
세상 모든 곳에서
이 생명의 연주
쉼 없이 울려 퍼져
빈들 같은 세계 채우고
이 소리 세계 어디에 첫발을 내디디면
비로소 안식하는 우리.
다시 몸 기울여 들어보라
탄생 소리 속에
깃든 죽음의 호흡,
태어난 모든 것은
‘죽어가는’ 길에
있음을 잊지 않아야
모든 태어난 것,
모든 죽어가는 것,
경건하게
그 창조질서를 함께 몸에
새겨지리라
살아지는 힘은 곧 사라지는 지혜
삶과 죽음은 야누스같이 잇대어 있는 생명의 본성
삶만큼이나 죽음도 후대할 수 있는 용기
한 생명이 첫걸음을 내디딘 날,
저녁이 되어 그 첫날 지나면
모든 살아있는 것과 죽어가는 것들에게
내일은 오늘처럼 새날이리라
이 소중한 생명 탄생의 날
당신이 나에게 듣게 하시려고
소리를 만들어낸 지금,
그 소리가 만들어지는 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안식의 여정 누리고 있을지
무엇을 하시든 오늘 하루
이 세계에서 당신의 소리 덕분에
감출 수 없는
즐겁고 행복하다는 고백
그러나
모든 온기는 식어가는 법
기쁨이 슬퍼지는 세계에선
슬픔은 슬픔으로만
이어지기에
당신이 안식한다는 이야기로
모든 것이 웃게 되는 신비,
마침내 행복한
당신의 피조물
주고받는
듣고 싶은 웃음소리
당신도 아시듯이
이 땅 곳곳에서 갈라지는 소리 여전하고
터가 흔들려(시 11:3)
방향을 잃어버린 위급한 순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손이 닿지 못하게 가로막힌
보이지 않는 담 견고하여
통곡하는 소리,
신음하는 소리
멈추지 못한 알람처럼 쉴 틈 없이 울리고
그 틈에 소원해져 멀어지는 피조물들의
아우성만 새어 나오고,
부서지는 마음,
당신의 그 마음 상상할 수 있을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세계를 신뢰하리니
이 땅의 소리에 당신이 시선이 닿아있고
땅의 신음 긍휼히 보고 있기에,
당신의 눈, 언제나
보이지 않는 삶의 뿌리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주야로 비상대기,
잠들지 않는 당신처럼
나도
나의 눈으로 이 땅의 소리 들어
장벽 벽돌 하나,
장막 거둬 버리고
끊어진 세계 다시 이어
이야기를 만들고
시를 써서
손 닿을 만큼 당신의 창조에
가까이 다가가
나와 너, 나와 세계 멀어지지 않도록 애쓰고
감은 눈으로도 보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들어
상실한 이들의 소리
가로막는 담 조금이라도
허물어
그 비어버린 공간에
토닥토닥 온기 채우며
어린 새싹 같은 생명이 평화롭게
뿌리내리도록,
모든 생명, 이 불안한 세계 아래서도
안식하도록
힘쓰리라
한 아이의 탄성,
세계의 창조
듣는 날에도
밤은 오고
분주한 땅 위에서
소리는 잠잠해져 고요하면
땅도 잠든 이 시간
당신의 손과 발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 들리니
세계는 고요함 속에서 역동하고
당신이 들려주시는 하늘의 소리
이 땅에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간절한 투쟁가로 태어나는 새로운 아침
당신의 소리를 나의 눈으로 보고
당신의 시선을 나의 손으로 만지며
당신의 눈길을 나의 발로 걸어가
어디서든
당신의 호소에 나의 눈을 맞추며
한결같이
"당신을 신뢰합니다."
당신의 응답
생을 시작하는 한 아이를 안팎에서 위협하는
모든 악풍(惡風)을 잠재워
폭풍 치는 바다에서도
이제 막 태어난 이 아이뿐만 아니라
우주 모든 곳에서 생명을 틔우는 모든 것들이
반드시
안전하고 평안하게 포근히 잠들고,
죽음 계곡을 걸어가도
안전하고 굳건한 당신의 두툼한 손을 잡고
안심하며
죽음 너머 영원의 세계,
원시 정원으로
천천히 되돌아가리라, 환희―
이제
아이 태어나
세계도 깨어났으니
나는
오늘 깨어난 이 세계가
영원히 평안하리란 기대로
생명과 평화의 소리 찾아,
마음껏 제대로
들어보려
다시
세계의 광야로
당신을 뒤따라 걸으며
창조의 소리 경청하고
생존의 소리 담으면,
다시 살아나는
모든 죽어가는 것들의
숨결과 탄성,
그 미세한 떨림―
최후의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