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규,「생각의 사이」,『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문학과지성,1979
플랫폼 4-2,
내 앞에 내가 있어 무심코 쳐다보다
기운 어깨 익숙해서 물끄러미 묻는다
"나, 왜 거기 있어?"
익숙한 낯선, 늘 보던 나,
오늘 또 낯설다
사이
한밤에도 쉬지 않고
땅밑에서 솟구치는 지하철,
숨 고른 뒤 문 열자
웃으며 기다리는 아침의 나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오로지 정치만을 생각”
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시와 정치의 사이”에
“생각하는 사람” 있어야
“휴지와 권력”만 남는 세계 넘어설 수 있으리라는
시인 김광규의 호소처럼
전철역 곳곳 붙여진
인간의 시 기계의 문 여닫는
다시 새벽,
오늘도
무거운 호흡, 겨우 숨 고르며
어제 읽은 눅눅한 시와 같은 내 몸,
오래된 미래에서부터 온 손님처럼
다시 내 앞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피곤이 잠드는 소리
‘끼익’
멈춰서는
너
나는 만지작만지작하던 시를
거기 남겨두고
주머니에 손 밀어 넣은 채
무심하게 너의 안으로 빨려 들어가
기계시인간
어느새
일심동체
마침-내 앞에
빈자리 하나
멀리 있던 두 사람 동시에 움직이다
결국
한 명 물러서
모두가 평화
가벼워진 무거운 가방
뒤로 짊어진 채
기차 따라 내달리는 강물,
물끄러미
동트는 윤슬
사라지기 전
어느새 뒤따라와 옆에 선
나의 시
손 내밀어
나를 감싸며 속삭이는 위로
"치이익―
수고했어
다 시 작“
인간다운 기계
지친 세계 일으켜
힘차게 끌고 오가는,
여기는
도시의
중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