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실천문학사. 1988.
*일 하나를 그만두게 되자, 수익이 줄어 어떡하냐는 걱정에 감사하는 나의 응답시
행선지 다른 열차
연거푸 지나고
무정차 굉음도 고막을 찌른 뒤
텅 빈 플랫폼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채
홀로 비워지면
10-1 노란 선
사이로 기다리던
아침 햇살 쏟아붓고
그 하늘 호수 따라
그제서야
가난한 여유 만끽하며,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시인 신경림 민중에게 일갈했듯
그래,
가난하다해서 하늘 한번 못 보겠는가
골목길 수놓는 숱한 소리
사랑한다는 속삭임
맛난 성찬 앞의 환호
화려한 가을 속 감탄
지나치고
땅만 보고 살아야 하는가
인간의 소리
흘려야 하는가
시인처럼
저 소리, 인생의 새 출발선
육상 경기 출발신호
홀로 지난한 삶 이제 막 끊어내
함께 가난해도 좋을 길로 들어서겠냐는
고난의 팡파르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나에게도 묻는다면
머뭇하지 않고
두려움이란 본래 가난한 것
그리움이란 처음부터 가난한 마음
가난이란 원시 정원에서부터
경외와 사모하는
인간의 속성이라
답하련다
그렇다 해도
가난은
가난해지지 않으려 하고
가난의 미담은
서둘러 시대에 뒤처진 채
사라진 자리
어디서도
잃어버린 가난
더는 찾을 필요 없는,
가난 부유(浮遊) 시대—
그러나,
상존(常存)의 세계.
순간,
바람 불어
노란 단풍잎
팔랑팔랑
열차 아직
오지 않는
빈 역 끝에서
희망 달고
천천히 들어서는
오래된 한가한 나의 열차
기적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