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창비. 1992
*어느 카페 짐들을 아프리카 새로운 지점으로 보내는 날에
지인의 오래된
카페 생때 묻은 짐들
5톤 트럭 가득 실려
탄자니아로 새 출발 하는 아침
다르에스살람까지 두 달 여정
바다 위에서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요한 잠
들겠지
젊은 시절 꿈대로
짐 한 톨 버리지 않고
생명 다루듯
이국 땅으로 보내며
씁쓸한 웃음,
그래,
삶이란 꺾지 않는 의지
나는
휑한 도로 위에서
잠시 빈 하늘
푸르고 맑으나
어둑한 여백
그림자처럼 내 어깨 뒤로
사라지면
어느 사이
바람이
분다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라는
시인 고정희의
날카로운 관찰
밀봉된
짐 사이로 흘러들면
시인이 보았다는 여백 살아나
‘둥글고, 쓸쓸한’
거대한 화물차에 실려
미련 없이
천천히 미끄러져 빠져나간
공허
텅 빈 세계
기다렸다는 듯
고요가 흘러들고
다시
태어나는
생의 의지
시인의 노래처럼
“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것”
나도
그렇게
아프리카 모시의
그 새로운 카페로 날아가
들어올 그 짐을
맞이할 준비
아무렇지 않은 듯
노래 듣고
식어버린 커피
손에 들고
느릿하게,
서두르는
다시 만날
이별
돌아올 수 없는 짐들
그러나
풀려나는 순간
낯선 탄생,
환영하는
굿,
바이―
웰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