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식탁의 노래, 그 전

내러티매진 Narratimagine-사도들의 길, 우리의 걸음

by 푸른킴

그들이 모였을 때에 예수께 여쭈어 이르되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니이까 하니 이르시되 때와 시기는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요,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1:6-8)

“이 떡을 나눔은 우리의 사랑을 나눔이니

그대들과 나는 이제 한 웃음 가진 벗이라

이 잔을 나눔은 우리의 사랑을 나눔이니

그대들과 나는 이제 한 울음 가진 벗이라

그대들과 나 한 하늘에서 났듯이

그대들과 나의 가슴에 한 피가 흐르고

그대들과 하 한 하늘을 살 듯이

그들들과 나의 갈 곳도 오직 한 곳이라” <백창후, 성찬>


데오빌로가 거의 유일하게 아는 노래입니다. 예수가 그의 제자들 앞에서 불러주었다는 노래였다합니다. ‘어떻게 이 노래가 그 밤, 그 요한의 어둠의 방에서 흘러나와, 새벽이 끝나기 전에 이미 예루살렘 곳곳에 스며들었을까?’ 민중들 사이에 흐르는 노래는 그들을 결속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십자가 처형 하루 전, 어둑한 다락방에서 제자들은 선생이 이제야 경천동지의 거사를 일으킬 것을 직감했을지 모릅니다.


‘물론 그 직감이 산산조각 났으니...’


한편으로 제자들의 절망이 이해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예수도 답답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눈 앞에서도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그 밤 그 식탁. 보이는 것과 달리 모든 것이 뒤엉킨 자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데오빌로는 제자들의 심정도 이해가 됩니다. 지난 3년, 오늘 이 시간을 향해 달려왔기 때문입니다. 선생의 강한 의지를 확인하니 분명 때가 된 것입니다.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기다리던 국가 재건의 혁명적 거사, 그 강력한 파괴의 사건이 드디어 시작되는구나.’ 데오빌로는 특히 베드로라는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그날 그들은 불길한 마음도 감추지 못했다합니다. 그들의 기대와 달리, 예수는 부드러웠고, 차분했다합니다. 손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었고, 말은 제자들 사이에 기도처럼 간절히 닿았습니다. 몸짓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듯 하늘을 향한 한숨이 짙게 배어있었습니다. ‘돌아간다’는 말이 압권이었다 합니다. 그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데오빌로는 자기 경험을 떠올려보니 몸이 숨겨진 의지를 드러낼 때가 많았습니다. 그 몸짓이 기대와 달리 낯선 대답이라면 누구랄 것도 없이 당황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날 그 밤, 그 좁은 다락방의 제자들도 그랬을 겁니다. 희망이 슬며시 절망으로 기울어지고, 투쟁의지는 바람빠지는 풍선처럼 시나브로 쪼그라들고 있었기에 아예 불길하다는 생각도 떨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랬습니다. 제자들은 절박했습니다. 지난 3년, 온갖 힘든 상황을 버티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마침내 하늘이 때를 열어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을 위해 선생이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뜻이 실현되기를 간곡히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흥분되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 상황에 마음을 종잡을 수 없습니다. 이런 식탁이 언제 또 다시 올지 모르는데, 예수의 행동을 똑바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도 떨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제자들이 기대했던 그 거사는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예수의 죽음으로, 승리의 식탁은 다시 차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그가 불러주었다는 저 노래는 살아서 지금 데오빌로에게까지 이르렀습니다. 어쩌면 도데카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그들의 경계 끝에 겨우 숨쉬고 있는 자신에게까지 이 노래가 흘러온 것입니다.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데오빌로는 압니다. 그 노래를 전해준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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