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매진 Narratimagine-사도들의 길, 우리의 걸음
이 말씀을 마치시고 그들이 보는 데 올려져 가시니 구름이 그를 가리어 보이지 않게 하더라. 올라가실 때에 제자들이 자세히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흰 옷 입은 두 사람이 그들 곁에 서서 이르되 갈릴리 사람들아 어찌하여 서서 하늘을 쳐다보느냐 너희 가운데서 하늘로 올려지신 이 예수는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 하였느니라.
제자들이 감람원이라 하는 산으로부터 예루살렘에 돌아오니 이 산은 예루살렘에서 가까워 안식일에 가기 알맞은 길이라. 들어가 그들이 유하는 다락방으로 올라가니 베드로, 요한, 야고보, 안드레와 빌립, 도마와 바돌로매, 마태와 및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셀롯인 시몬, 야고보의 아들 유다가 다 거기 있어 여자들과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의 아우들과 더불어 마음을 같이하여 오로지 기도에 힘쓰더라.
별리. 떠남과 기다림.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단어 목록’이라는 작은 수첩에 들어있는 단어들입니다. 살면서 이런 일을 많이 경험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입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삶에서 이런 규정이 큰 의미는 없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자기규정만으로도 마음은 조금 위로가 된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똑 똑 똑 -
‘디스마스일 것이다.’ 데오빌로는 짐작했습니다. 천천히 세 번. 개인적 용무가 있다는 마음을 미리 알려주는 소리였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
들어오라는 말과 그의 들어옴이 겹쳤습니다. 이건 평소답지 않다고 단정했습니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저, 이른 시간이지만, 오늘 멀리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말은 정중했으나 감정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데오빌로는 그 감정을 모른 척, 놀라는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무슨 일 있나?”
“…”
“심각한 것 같은데 말하기 어려운가?”
“부고를 받았습니다.”
“아~”
숨이 말보다 먼저 흘렀다.
“친구입니다. 다녀왔으면 합니다. 그런데 ……”
말끝이 흐려졌습니다. 긴요한 부탁이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디스마스가 말을 천천히 이었습니다.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시겠지만, 꼭 옵니다. 하지만 친구네 사정이 생각보다 어렵다 하여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다 보면 돌아올 시간을 딱히 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
데오빌로는 솔직히 난감했습니다. 시종이 집을 떠나 언제 올지 모르는 길을 가겠다는 것은 자기 집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부탁을 쉽게 하진 못합니다. 누구보다 주인은 시종이 집을 나간다는 것을 쉽게 허락할 수도 없었습니다. ‘불법 가출’의 빌미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도 ‘도망하는 노예’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는 치안 보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데오빌로는 언제나 시종들을 믿었습니다. 아니 시종들이 데오빌로를 떠나지 않으려는 의지가 더 강했습니다. 디스마스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가 돌아온다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그는 꼭 돌아옵니다. 그러나 문제는 다름 아닌 데오빌로 자신이었습니다.
디스마스가 없는 날, 데오빌로는 자신이 불안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를 ‘기다려야 한다.’라는 것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부재’가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예측할 수 없는 ‘기다림’이 불편한 것입니다. 경험상, 그의 부재는 반나절 정도가 가장 길었습니다. 데오빌로가 기다릴 수 있는 최대 인내 지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여정을 부탁합니다. 돌아올 것이 확실한데 막연하게 기다려야 하는 이 부조화가 데오빌로를 안으로부터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눈이 미세하게 떨렸고, 손은 방향을 잃은 듯 어수선하게 흔들렸습니다. 마음이 불편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돌아올 때를 알면 좋을 텐데…”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그런데 뭐라 말씀드릴 수 있는 일정을 저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주인이 힘드신 것 알면서도 이렇게 무례함을 무릅쓰고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데오빌로는 떨리는 자기 눈으로 그의 눈을 봤습니다. 견고한 것이 섭섭했습니다. 손과 발에도 시선을 옮겼습니다. 두터운 손, 견실한 발목이 흔들리는 자신과 대조되어 묘한 자격지심이 생겼습니다. 다시 디스마스의 얼굴로 눈을 돌렸습니다. 긴장한 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습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자기도 힘든 길을 가야만 한다며 부탁하는 저 모습이 마치 생의 마지막 소원을 말하던 십자가 처형의 순간과 겹쳐졌습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을 그 간절한 애원을 오늘 다시 하는 것 같은 그의 마음은 어떨지 짐작해 봅니다.
“예수가 그랬다지?…… 그래, 알았어.” (대신 일 마치면 곧바로 와야 한다.)
이 말은 마음의 오른편에만 담아두었습니다. 그는 반드시 올 것인데 속 좁은 행동을 보여주고 싶진 않아서였습니다. 그래도 마음 왼편에는 그의 슬픔에 견줄 수는 없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불안함이 정신없이 회오리치고 있었습니다. 그걸 감출 수 있는 태연함이 데오빌로에게는 없었습니다.
“잘 챙겨서 조심해서 다녀오게. 기다리겠네.”
아니 주인이 시종을 기다리겠다는 말이 괜히 마음에 걸렸지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이 말이야말로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말이라는 것을 디스마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 주인님, 기다려주십시오. 오늘 모습 이대로 꼭 돌아오겠습니다. 거리는 멀지 않습니다.”
디스마스가 공손히 몸을 굽혀 인사하고, 문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잔상이 오래 남았습니다. 모습은 물론이고 그의 말도. ‘기다려주십시오. 오늘 모습 이대로’
세간에는 ‘기다림은 미학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사람들도 있다지만, 데오빌로에게만큼은 기다림이 미학일 수 없었습니다. ‘기다림은 희망이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데오빌로는 쉽게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때’를 알 수 없는 예측할 수 없는 기다림이라면 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이 무겁습니다.
굳은 듯 뻐근한 허리를 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심란한 마음에 아침도 걸러버렸습니다. 어제만 해도 날아갈 듯했던 몸의 상태가 아침에 다시 땅을 뚫고 꺼질 것처럼 축 처졌습니다. 그래도 이런 때 데오빌로에게는 한가지 자기만의 해법이 있었습니다. 글을 읽는 것입니다. 타인의 세계로 들어가다 보면, 짓눌린 몸이 조금 풀어헤쳐 지는 것을 경험하곤 했기 때문입니다. L의 편지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투박한 느낌이 낯설었습니다. 평소에도 천천히 읽었는데, 오늘은 더 느려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