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스스로 멋진 사람임을 확인하고 싶을 때 사과를 먹는다.
사과를 통째로 먹을 때 멋지다.
붉은 사과보다 초록 사과를 먹을 때 더 멋지다.
그중 차갑게 뽀득거리는 첫 입이 최고 멋지다.
흐르는 물에 껍질채 뽀득뽀득 닦아서 물기를 툭툭 털어내고 한 입을 베어 먹는다. - 멋져.
첫 입 자리를 이어 또 한 입, 다음 또 한 입, 껍질색을 다 먹어치운다. - 점점 덜 멋지다.
심지를 향해 속살을 또 한 입, 다음 또 한 입. 심지에 가까워진다. - 멋지지 않다.
심지에 가까워질수록 멋지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끝까지 멋질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처음부터 심지를 파냈다.
흐르는 물에 껍질채 뽀득뽀득 닦아서 물기를 툭툭 털어내고 심지를 파낸다. - 멋지지 않다.
그래서 그냥 흐르는 물에 껍질채 뽀득뽀득 닦아서 물기를 툭툭 털어내고 한 입을 베어 먹는다. - 멋져.
역시 사과는 통째로 먹을 때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