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S Jan 04. 2019

사이드 프로젝트, 새로운 세상를 만나는 또 하나의 방법

서울시 청년자치정부 추진위원회 브런치에 

사이드프로젝트 관련 글을 18년 12월에 썼습니다. 


대부분 원문을 잘 살려서 편집해주셨지만,

원문 내용으로 (브런치가 본문복사도 안 되고해서) 다시 올려봅니다.  

--------------------------------------------------------------------------------------------------


Scene #1. 소셜 계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0여명의 멤버들이 매달 일정 금액을 모아 관심을 가지는 가치있는 프로젝트에 투자합니다. 단순히 돈만 기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마음 가는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어떤 의도로 진행되는지 함께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기에  더욱 의미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주로 일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을,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오프라인에서는 대부분 서로의 삶을 풀어놓는데 시간을 씁니다.

Scene #2.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고자 하는 30대들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소셜미디어에 던진 한 마디에서 시작된 이 커뮤니티에는, 30대를 중심으로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자신만의 일’을 하는 사람들의, 성공기라기보다는 성장기를 나누는’ 월 1회 모임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으며, 기존 참여자의 추천을 통해 오는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직 안팎 다양한 삶의 모습 속 서로 자극을 받습니다.



청년들의 삶이 팍팍하고 희망을 찾기 어렵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성장의 기회가 자연스레 주어지지 않고, 대한민국의 현재를 만든 많은 원리와 법칙들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변화의 필요성은 알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찾기 어렵고, 시행착오를 견디며 경험을 익힐 기회를 기다려주는 조직은 많지 않습니다. 더 이상 조직이 나의 정체성을 대변하지 못하고, 스스로가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청년들. 그래서 조직 밖에서도 다른 방식의 관계를 경험하며, 스스로의 특성과 가능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앞의 사례들처럼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관심을 가지는 일을 진행하는 경우들이 점차 자주 목격됩니다.


조직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완전히 조직을 떠나서 관심분야를 새롭게 시도해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결과물을 거두지 않는 이상 우리 사회는 조직 밖 활동을 철없는 행동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조직에서 하는 일만으로는 나의 모든 특성과 바람을 충족하기 어려운 시대의 청년들에게, 사이드 프로젝트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직장생활에서 자아의 분리를 경험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존중받는 관계를 맺고 싶은 누군가에게, 조직에서 직급과 직무로 규정되는 나 자신 말고 다른 정체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하는 누군가에게 말이죠.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본업으로 하는 일보다 업더 열성을 다하는 모습들이 종종 보입니다.스스로 부여한 역할 속 자기주도성을 가지고 일할 때,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이유이지 않을까요. 때로는 우연한 만남 가운데, 때로는 하나의 키워드 속 시간이 지나며 점차 결이 맞는 사람끼리 분화하고, 그에 따라 관심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보면 ,보다 자율성을 가진 가운데 일터에서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던 자기효능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다른 사고방식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기존 생각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나에게 맞는 일의 감각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사람이 모인 조직과는 다른 경험을 통해 삶의 활력이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조직생활과의 시너지를 낼 수도 있습니다. (설령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의 다층적인 면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실천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나아가 사이드 프로젝트는 솔직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조직 내에서는 복잡한 이해관계나 상호경쟁 등으로 인하여, 피드백이 아닌 지적질과 뒷담화로 돌아오는경우가 많지요. 눈치볼 필요가 적은, 느슨한 관계로 연결된 사이드프로젝트에서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피드백과 이에 기반한 동료됨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일의 몰입도와 관계의 층위는 다양하고, 사람이 하는 일이니만큼 갈등도 있습니다.(이미 경험하신 분들도 많겠지요.) 그러나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활동하며 스스로를, 혹은 새로운 관계를 발견할 수 있겠지요.


청년들에게 사이드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일까요?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삭제 ‘왜-어떻게-무엇을’ 순서로 삶을 살아간다면 좋겠지만, 모두에게 그러한 삶을 강요하기에는 현실이 팍팍합니다.. 직장에서 선배세대의 모습을 통해 미래를 상상하면 희망을 가지기 쉽지 않은 시대, 복지시스템 등 사회제도가 개개인의 삶의 안정성을 충분히 책임지지 못하는 시대, 성장의 기회와 방법이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불안이 일상이 된 시대, 사이드 프로젝트는 관심사별로 연결된 사람들끼리 일의 감각을 공유하며 전환을 모색하는 또 하나의 방법, 나를 보다 나답게 하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동지보다는 동료의 감각으로 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한 조직에 헌신하며 큰 목적 외의 다른 가치들을 주변화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작은 일에서부터 재미와 의미를 느끼며 여러 가지 기술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 사회와 조직문화가 개인에게 많은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거나 암묵적으로 강요했다면,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을 내려놓고 가볍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상황과 개인의 특성에 맞는, 각자가 경험하고 살아가는 방식으로 말이죠.

하나에 올인하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며, 유연하고 느슨한 네트워크가 일상이 되는 등 청년들이 경험하고 있는 시대적 환경을 잘 반영하기에, 사이드 프로젝트는 청년들의 감수성과 조화를 쉽게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일과 취미의 이분법으로만 삶의 활동을 평가했던 과거 사고방식과 조금 차이를 지니면서요.


기존 조직은 문제 투성이고, 사이드 프로젝트 등 조직 밖 활동만이 옳다는 의도는 절대 아닙니다 .이분법적인 태도와 막연한 기대로 접근하다면 오히려 더 큰 실망이나 좌절을 겪을 수 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대부분 작게 시도하고, 부담감을 갖지 않고, 일정기간 실험의 기간을 거칩니다. 희망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기에, 처음부터 거대한 대의명분을 내세우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초반에 참여자들간 큰 그림의 공유/조율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도 갈등은 당연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참여자간 기대하는 이미지 및 역할의 차이가 클 경우 진행 중 불필요한 오해로 추진력을 잃고, 관계의 심각한 '내상'이 일어닐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실수에 너그럽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경직된 위계질서에선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과물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아쉽게 원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성장과 경험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이해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됩니다.  


관심가는 이슈와 관련, 무언가 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이드 프로젝트에 기웃기웃 대는 분을 응원합니다. 불안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가운데 기존틀 안에 갖혀있지 않으려는 분들은 환영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단지 철없는 짓으로 폄하하지 않고, 각각의 활동을 이해하며 응원하는 좋은 동료가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철학이 담긴 비즈니스가 임팩트를 내기 위해서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