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자본주의 공화국> 독후감
2017년 4월, 트레바리 모임 중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계시는 분에게 참여자 중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했다.
"정말 전쟁이 날 것 같아요?"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도 있으나, 당시에는 북핵 관련 강경 발언이 나오면서
언론과 찌라시를 중심으로 한반도 4월위기설이 강하게 대두되었던 시점이었다.
2년이 넘게 지나고 여러 우여곡절도 있었으나 남북관계 및 북한 관련 정세에 적잖은 변화가 있는 지금,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의 내용을 읽으니 기분이 묘하다.
책은 백두혈통과 정치엘리트 중심의 전제정치, 혹은 (일부) 탈북자가 이야기하는 장마당과 기근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
사회주의보다 봉건주의에 가까우면서도 자본주의가 스며든 북한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느낌이 들었다.
종종 우리는(아니 나는) 북한에는 전혀 다른 본성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오해하는데,
그 곳에 사는 사람들 역시 가족에 대한 애정이 있고, 자기 욕망이 있으며,
환경에 적응하며 때로는 이기적으로 때로는 이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물론 우리에(아니 나의)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 및 사고방식도 존재한다.
특별히 지금이 2019년이라는 것을 감안할데, 인권에 대한 개념이 거의 존재하지않는 정치범수용소에
모습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더 이상 과거처럼 국가가 많은 것을 책임져주지는 못하더라도,
(아직은) 상당수가 현재 정권을 전복하겠다는 흐름이 형성되지는 않는 상황에서,
전환기의 모순에 적응하고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는(여가생활과 유행 등) 방식들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얼마 전 목선 귀순 사건에서도 이모님에게 휴대폰을 걸 수 있냐는 질문을 했다는 에피소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남과 북 사이에 많은 소통이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가 아닐까.)
- 평양과 경제특구와 다른 지역과 일정 부분 차이를 보이는 주민들의 경제생활 모습이 흥미로웠고
- 김정은 단일체제라고 나 오해(?)하고 있었으나 조직지도부(그 운영방식은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있겠지만)라는 그룹의 존재 그리고 그 안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와 암투가 일어남음을 알 수 있었으며,
- 부패와 뇌물이 점차 일상화되어가는 정부/행정에서 경제/문화/관계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약간 아이러니하게도, 책 중간 사진집에 있던 아이들의 모습이다.
아이들의 미소와 천진난만한 표정들이 내 마음을 움직였는데,
그 아이들이 자라나서 살아갈 세상에서는 (북한의 정보가) 지금보다는 훨씬 자유롭게 유통되고,
마음만 먹으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오해가 쉽게 해소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당혹감과 희망을 겪겠으나, 그 바램은 잃지나, 그 바램은 잃지는 않기를 바란다.
#트레바리 #Trevari #북한읽기 #조선자본주의공화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