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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a Kim Jan 26. 2022

우리에겐 리더Reader가 필요하다

이끄는 사람 말고 읽는 사람으로


우리 팀의 첫 책, Strengthening the Soul of Your Leadership



영라이프에서 일을 시작한 지 7달이 지났다. 그동안 네 권의 책을 나누었고, 여러 책을 추천받았다.  

우리 팀은 매주 함께 책을 읽고 회의 때 모여 감상을 나눈다. 나와 함께 같은 일을 하는 재이미가 독서왕인 데다가 책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인 것을 행운이라 여긴다.


개인이 한 지역을 맡아 그곳의 고등학교와 커뮤니티(지역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가면서 일을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우리 기관은 직책에 상관없이 한 사람 한 사람을 '리더'라 여긴다. 봉사를 하는 사람이라도 한 아이를 맡았다면 리더다.


내가 새롭게 일을 시작한 지역에 아직 이렇다 할 모임이 없어도

나는 이 도시 속을 살아가며 이곳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에 리더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팀 내부에 '리더십'에 관한 트레이닝과 대화가 많다. 영적 리더십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

나 또한 영원히 영라이프에서 일을 할 순 없겠지만,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리딩'하는 사람이란 것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나의 리더십을 놓고 고민하고 기도한다.


비싼 양복을 입고, 무거운 가죽 서류 가방을 들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성과 발표를 하는 사람이나

더 비싼 양복을 입고, 무거운 가죽 의자에 앉아서, 사람들이 들고 오는 서류에 사인을 하는 사람만이 리더가 아니다.


누군가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상황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면,

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이를 도와줄 수 있는 것에 감사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리더다.


어떻게 하면 중심은 더 든든해지고,

깊이는 더 깊게,

넓이는 더 넓게,

높이는 매일 더 자라게 할 수 있을까.

그런 리더가 되려면 매일 무엇을 해야 할까, 라는 실제적인 고민을 해볼 시간이다.




책을 읽는 사람


몇 년 전 삼성역에서 서초동으로 향하는 740번 버스에 올랐다. 전자책을 켜서 Viet Thanh Nguyen의 The Refugees를 읽기 시작했다. 나는 버스의 오른편 중앙 즈음에 앉아 있었는데, 순간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잊어버렸다. 책이 가진 이야기 속에 완전히 빠져든 것이다.


나는  이유로 책을 사랑한다. 책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만난다. 때로 작가와 책에 따라 어떤 이야기의 깊은 심연까지 걸어 들어가기도 한다. 30 중반의 한국계 이민 여성, 크리스천 청소년 사역자,  결혼을  새댁,  남매 중 맏이라는 나의 여러 타이틀 없이 그저  인간으로서 나와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나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체험한다. 책이 품고 있는  속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와 깨달음, 조언과 위로가 있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많은 재료가 필요하다. 한 권의 책을 구하기까지의 시간과 리소스, 책을 손에 쥘 힘, 책을 쥐고 놓지 않을 끈기. 간간히 책에서 만난 문장이 너무 귀해서 그 문자들을 종이나 스크린에 옮겨 적는 집념까지. 좋아하는 친구에게 감동을 나누고자 '책 전도'까지 하겠다면 그에 걸맞은 애정과 기억력도 있어야 한다. 책을 읽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리더의 덕목을 갖추게 된다.


리더는 두 가지 종류의 시간이 많아야 한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과 타인에게 집중하는 시간.

나를 돌보지 않으면서 남을 헤아릴 수 없고, 남을 헤아리지 못하면서 나를 바라본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붙잡고 기다리는 두 종류의 인내 에너지도 있어야 한다.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담하게 다가설 수 있는 힘과 그 문제가 풀릴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힘.

내 일상에서 나와 다른 한 사람을 대한다는 건 때로는 길고 복잡한 이야기가 얽혀있는 책을 진득하게 끝내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리더에게는 곧바로 문장을 적어두는 실행력과 기억해두었다가 후에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꼼꼼함도 있다면 좋겠다. 이 사람에게는 이 책이 필요하겠다는, 점과 점을 연결하는 지혜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그래서 리더는,

그저 이끄는 사람leader이 아닌

읽는 사람reader이어야 한다.






세상을 읽는 사람


구부리면 끊어져 버리고 마는 딱딱한 나무막대와 같은 사람에게는 중요한  가지가 없다. 그건 유연성이다.   스트레칭을 해두지 않으면 우리의 몸은 서서히 그리고 단단히 굳어진다. (바로 지금 움직이면 된다.  어깨를 힘껏  옆까지 올렸다가 밑으로 - 떨어뜨려 주시길!)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책장에 시선을 쏟아붓는다. 그래서 읽는 사람의 자세와 움직임이 중요하다. 눈높이에 맞는 북스탠드, 책을 읽는 중간중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 주는 것 등이 도움이 된다. 앉아 있는 자리에서 목과 팔, 다리를 풀어주는 자세들도 많다.


많이 읽기만 한다고 해서 훌륭한 리더가 되는 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마음과 몸의 유연성을 길러 주어야 한다. 가끔은 책을 발판 삼아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

세계 각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어떠한 고민들이 있는지,

책을 통로 삼아 관심을 가지면 그 관심을 시작으로 더욱 이해하게 된다.

관심이 우리의 마음을 유연하게 한다. 그리고 책은 관심을 일으키는 좋은 재료 중 하나다.


신기하게도 책은 읽는 사람들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스트레칭 도구와 같다. 그저 책을 읽어보려고 자리에 앉았을 뿐인데 어느새 세상을 읽게 되고 만다.

자세를 갖추면 마음이 따라오는 건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점이다.  






마음을 읽는 사람


우리가 세상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마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식견이 풍부해지면 세상으로 눈의 초점을 옮기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그 세상을 이루고 있는 작은 마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책 읽기는 곧 마음을 읽는 일이다.


나도 내 마음을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남을 안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하다. 그러나, 어차피 모르니까 아예 알고자 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건 너무 매정하고 외롭다. 더군다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그의 손을 잡아주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는 리더의 입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읽는다는 건 안다는 것과는 좀 다르다.

앎에서 오는 자신감보다 알아보겠다는 의지가 더 담겨있다.

알고 싶다는 간절함도 있다.

알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 알아가 보겠다는 끈기, 알려주라는 조심스러운 부탁이 있다.


마음 앞에는 이런 다양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자세가 필요하다. 리더는 이런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마음으로 마음을 읽는 사람. 마음으로 마음을 읽어 내려가는 사람.






다시 그리고 계속 읽어가기를


아침에 일어나 사과 반 조각에 커피 한잔을 마시고는 동네 도서관으로 향했다. 홀드 해놓은 책 세 권이 나를 반겨주었다. 넓은 책상, 높은 천장, 안개가 잔뜩 낀 산을 내다보는 탁 트인 유리창… 고요하고 따뜻한 도서관만의 분위기가 너무 편안했다.


캐나다 작가인 모드 루이스Maud Lewis의 작품집을 열어다 보며 나는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게 될지,

또 내 가방에 담긴 두 권의 책은 어떤 내용일지 기대가 차올랐다.


읽고, 쓰기를 반복하며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갈까. 어떤 리더로 자랄 수 있을까.


누군가의 앞에 서서 그의 삶에 관한 무한한 힘을 쥔 냥 이래라저래라 쉽게 조언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좋아하는 도서관 안 가장 편안한 자리에서,

정말 기다려온 책 한 권을 조심스레 들고,

어느 작가가 조심스레 남겨놓은 소중한 문장과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어 가듯이

세상과 마음을 읽는 사람,

그런 리더Reader가 되어가고 싶다.





Source:

Cover image (Burnaby Public Library) by Yoona Kim

Caption images by Yoona Ki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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