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져도 괜찮아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중이었다.
소파 위에 엎드려있던 일곱 살 둘째는 무심하게 움직이며 발가락으로 당겨 서랍장을 쓰러뜨렸다.
그 위엔 작지만 무거운 오디오가 올려져 있었고,
유리가 끼워진 큰 가족사진액자도 올려져 있었다.
신기하게도 쓰지 않던 오디오를 딱 이틀 전에 콘센트에 연결하는 바람에 오디오는 전선에 의지해 떨어지지 않았고, 액자는 옆으로 떨어져 아이를 덮치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너무 감사하다고.. 둘째를 안아주었다.
…………라고 쓰고 싶지만…
이게 무슨 일이냐며 공포와 두려움에 소리를 지르던 나는 안방으로 혼자 뛰어들어가 고개를 처박고 울어버렸다. 이건 내가 아닌데… 겁도 없고 무던하고 너그러운 게 나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이전에 코끼리 같던 나는 생쥐보다도 더 작아졌다.
유독 크고 작은 사고로 수명이 닳는 것 같은 둘째와의 일상이지만 그래도 크게 다친 적은 없으니 적응할 만도 한데.. 이런저런 우당탕탕 에 마음이 너그러웠던 적보다 눈을 흘기거나 내가 놀라 더 소리를 친 적이 대부분이다. 겨우겨우 마음을 추슬렀고, 무거운 서랍장은 남편이 교회를 다녀온 뒤에야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갈피를 못 잡고 이불을 두르고 눈을 감아버렸다. 스트레스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고 하릴없이 잠 속에 나를 욱여넣었다.
또 이렇게 털고 일어난다.
나 참 약해졌다. 약해 빠졌다.
그래도 괜찮다. 살아가고 있으니.. 약해도 괜찮아.
애쓴 토닥임으로 나를 다시 일상 앞에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