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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May 13. 2018

친구의 결혼식에 가면 난 늘 눈물이 난다

웨딩마치를 올리는 그녀를 바라보는 싱글의 시선

 지난 4월 세번째 토요일.

 18년 지기가 결혼했다.

 이젠 놀랍지도 않은 친구들의 결혼 소식. 그리고 꿋꿋하게 싱글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 (아마 그네들에겐 내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더 놀라운 이슈가 될 것이다)

 

 결혼식을 올리기 며칠 전 친구가 나에게 매우 조심스럽게 부케를 받아줄 수 있냐고 물었다. 친구에게 흔쾌히 프로부케러라고 답해주고는 부케 부탁을 왜 이렇게 조심스럽게 하는가 싶었는데, 내가 싱글이라서 그렇단다. 나도 모르게 씁쓸하게 웃고 말았다. 20대 후반부터 꾸준히 친구들과 지인들의 부케를 이어받으며 그간 말려서 태운 부케와 드라이 플라워 장식품으로 보낸 게 몇개더냐. 속설이면 속설일 부케는 다음 결혼할 친구껄 이어 받기만 하면 된다.

 

 결혼은 친구가 하는데 또 내 기분이 묘하다. 그녀와는 중학교 때 우연히 방과후 학습실에서 어색하게 연을 이어왔다. 고등학교 같은 반이 되면서부터 급속도로 친해진 후로는 서로 다른 대학을 가도 둘이서 안 본 영화가 없을 만큼 단짝으로 붙어 다녔고, 덕분에 둘이서 해본 '처음'도 많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취할만큼 술마시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텔가서 뻗어보기

 

 그 외에도 무수히 많지만, 그런 추억들이 많이 쌓인 친구이기에 내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신부 대기실에 앉아있는 친구를 보니 원래도 예뻤지만 오늘은 더 화사해 보인다. 그리고 평생 한번 볼 친구의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모습에 지난 시간들이 아주 빠른 영상처럼 내 마음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축하한다는 말과 동시에 결혼에 대해서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을 했지만, 두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 눈물이 그렁거린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친구들이 결혼식만 하면 눈물이 난다. 자식 키워 결혼 시키는  부모도 아닌데, 청승 맞을만큼 친구가 걸어가는 모습만 보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절대 부러워서 나는 눈물이 아니다. 오해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그녀의 삶은 극히 일부지만 우리에겐 함께 웃고 울고 고민했던 시간이 있다. 언젠가 행복해 질 거라고 다짐하며 살아왔던 날들, 그리고 내가 봤던 어려움, 내가 보지 못했던 어려움들을 잘 이겨내고 오늘 어느 때보다 밝고 환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무척이나 아름답기 때문은 아닐까.


 물론 결혼이 인생의 종착지도 보상도 아니지만, 새로운 삶을 향해 멋진 발을 내딛는 모습에 나는 오늘도 축복을 보낸다.

  잘 살아왔다. 그리고 잘 살아가길 바란다.




덧.이제 친구를 보낸다고 울 날도 몇 번 남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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