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결혼식에 가면 난 늘 눈물이 난다

웨딩마치를 올리는 그녀를 바라보는 싱글의 시선

by 올리비아 킴

지난 4월 세번째 토요일.

18년 지기가 결혼했다.

이젠 놀랍지도 않은 친구들의 결혼 소식. 그리고 꿋꿋하게 싱글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 (아마 그네들에겐 내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더 놀라운 이슈가 될 것이다)

결혼식을 올리기 며칠 전 친구가 나에게 매우 조심스럽게 부케를 받아줄 수 있냐고 물었다. 친구에게 흔쾌히 프로부케러라고 답해주고는 부케 부탁을 왜 이렇게 조심스럽게 하는가 싶었는데, 내가 싱글이라서 그렇단다. 나도 모르게 씁쓸하게 웃고 말았다. 20대 후반부터 꾸준히 친구들과 지인들의 부케를 이어받으며 그간 말려서 태운 부케와 드라이 플라워 장식품으로 보낸 게 몇개더냐. 속설이면 속설일 부케는 다음 결혼할 친구껄 이어 받기만 하면 된다.

결혼은 친구가 하는데 또 내 기분이 묘하다. 그녀와는 중학교 때 우연히 방과후 학습실에서 어색하게 연을 이어왔다. 고등학교 같은 반이 되면서부터 급속도로 친해진 후로는 서로 다른 대학을 가도 둘이서 안 본 영화가 없을 만큼 단짝으로 붙어 다녔고, 덕분에 둘이서 해본 '처음'도 많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취할만큼 술마시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텔가서 뻗어보기

그 외에도 무수히 많지만, 그런 추억들이 많이 쌓인 친구이기에 내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신부 대기실에 앉아있는 친구를 보니 원래도 예뻤지만 오늘은 더 화사해 보인다. 그리고 평생 한번 볼 친구의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모습에 지난 시간들이 아주 빠른 영상처럼 내 마음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축하한다는 말과 동시에 결혼에 대해서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을 했지만, 두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 눈물이 그렁거린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친구들이 결혼식만 하면 눈물이 난다. 자식 키워 결혼 시키는 부모도 아닌데, 청승 맞을만큼 친구가 걸어가는 모습만 보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절대 부러워서 나는 눈물이 아니다. 오해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그녀의 삶은 극히 일부지만 우리에겐 함께 웃고 울고 고민했던 시간이 있다. 언젠가 행복해 질 거라고 다짐하며 살아왔던 날들, 그리고 내가 봤던 어려움, 내가 보지 못했던 어려움들을 잘 이겨내고 오늘 어느 때보다 밝고 환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무척이나 아름답기 때문은 아닐까.


물론 결혼이 인생의 종착지도 보상도 아니지만, 새로운 삶을 향해 멋진 발을 내딛는 모습에 나는 오늘도 축복을 보낸다.

잘 살아왔다. 그리고 잘 살아가길 바란다.




덧.이제 친구를 보낸다고 울 날도 몇 번 남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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