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찰나의 시

새벽 엽서

by 올리비아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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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오직 엽서로만 안부를 주고받는 친구가 있다.

지금은 바다 건너 타국에서 지내고 있어 일 년에 한 번 보는 것도 쉽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메일이나 SNS로 얼마든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조그마한 엽서로 몇 자 적어 소식을 전한다. 그것도 일 년에 몇 장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주고받는 엽서에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농축되어 있다. 함께 나누고 싶은 말과 마음을 참고 참고 또 참다가 그리움이 새어 나오면,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간신히 펜을 든다.


작은 엽서에 적어낼 수 있는 말이 몇 자나 될까.

낯선 타국의 언어로 주소를 쓰고, 몇 개의 우표를 붙이고 나면 그나마 쓸 수 있는 공간도 줄어든다.

이 작은 공간에 어떤 말을 적어야 이 마음을 그나마 잘 전할 수 있나─생각이 깊어지면 어느덧 새벽달이 뜬다. 결국 억누른 그리움을 글로 다 적어내지 못하고 마침표를 찍는다. 차마 못한 긴 이야기는 달과, 별과, 바람에게 부탁한다. 서툰 글 솜씨를 가진 나 대신 타국의 친구에게 잘 전해 줄 것을 알기에.


쉽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세상이다. 편리한 만큼 말의 무게가 가벼워진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있다.

우리가 아직 고집스럽게 엽서를 쓰는 건 종이 한 장에 비할 수 없는 그리움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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