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향치의 장지혜 Feb 27. 2022

베팅, 기적

내향치의

상대방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가운데 그의 선한 양심과 일말의 기적에 베팅을 거는 것은 과연 어리석은 것인가.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삼킨 눈물의 무게가 무의미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나의 어리석음을 증명하는 또 다른 과정이 될까 봐.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나는 그저 나 이기 때문인 건지. 머리와 가슴이 달리 움직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보이긴 한다. 의도가 보이고 알고는 있지만 잠깐 가시를 삼키고 장님이 되어 본다. 잘못 본 것이길 바래본다. 내가 나이가 더 많아서 인 것인지 잃을 것이 더 있어서 그런 것인지 그저 내 성향이 그럴 수밖에 없어서인 건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뒷감당이 두려워 도망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갖은 얼토당토한 정당성을 갖다 붙이면서 우아하게 도망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겁쟁이라서 쪼그라드는 심장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완전히 나쁜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것에 항상 희망 회로를 그리고 있다. 망상일까 봐 두렵다. 또다시 내가 틀린 거라고 누군가가 비웃고 있을 것만 같다.

무겁고 답답한 공기를 삼킨다. 너무 무거워서 아무리 큰 들숨으로도 머리가 맑아지지 않는다. 가슴이 뚫리지가 않는다. 콧물이 뇌 속까지 차오른다. 

기적은 기적이라 기적에 베팅하는 것은 도박이라고들 한다. 한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그래서 기적이라도 바라는 그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프고 아파서 아픔의 값을 치르고 가느다란 숨결로 베팅을 한다. 남아있는 힘이 없어서 이렇게 밖에 할 수가 없다. 모든 힘을 쥐어짜서 기도를 부탁했다.

숨결이 음표가 되어 날아오른다. 아주 환상적이고 입체적인 악보를 그리면서 날아올랐다. 하늘에 닿는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삼킨 것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