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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치의 장지혜 Sep 30. 2022

프롤로그

어른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고무줄놀이. 그리고 유산소 운동으로서의 가치.

“그런데 저게 재밌어요?”


우리의 옛 전통 놀이인 고무줄놀이에 대한 소개 영상을 시청하던 중 나온 말이었다. 같은 장면도 보는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바가 다르기는 한가보다. 부모세대의 눈에는 추억의 산물이요 가물가물했던 기억을 되돌려주는 영상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자녀 세대의 눈에는 그저 깡충깡충 뛰는 모습에 지나지 않았나 보다. 마치 고종이 테니스 운동을 하던 서양인을 보고 하인들을 시키면 될 걸 왜 직접 하고 있냐고 하는 우스개 소리처럼 말이다. 


그 반응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나는 머릿속이 아주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고무줄놀이는 전통 놀이의 일종이다. 분명히 자료도 많고 누군가에 의해 잘 정리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 자료를 많이 찾을 수가 없었다. 딸에게 고무줄을 가르쳐주고 싶은데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는 맘 카페 회원의 글을 보고 어쩌면 우리 세대가 고무줄놀이의 마지막 세대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남아있는 기억이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함께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사명감까지 생겼다. 기억이 왜곡되어 있을까 봐 찾을 수 있는 자료는 다 찾아본 것 같다. 기억에만 의존한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막상 집필을 하려고 하니 우리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혹여나 기억이 잘못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지만 잊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때 모두를 뛰게 만들었던 놀이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직면하고는 뇌 속까지 비틀어 짜고 나면 전통놀이 연구나 체육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개 시민이라도 잊혀 가는 기록에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펜을 들었다. 


과거에 사람들을 밤낮없이 뛰게 만들었던 고무줄놀이의 매력과 힘이 분명히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매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단순히 영상만으로는 그 매력의 백분의 일에도 근접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흐릿해진 그러나 몸이 기억하는 기억을 더듬으며 몸짓과 생각 기법과 특징들을 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 고무줄놀이가 아주 훌륭한 유산소 운동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흔히 유산소 운동은 중요하고 꼭 해야 하는 운동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선뜻하기가 쉽지 않다. 걷기나 자전거 타기 운동도 40분 이상은 해줘야 한다고 하고 지루해서 몇 번 하다가 포기하기 일수이다. 고무줄놀이에는 일반적인 유산소 운동에는 없는 성취감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고무줄놀이라면 어떨까. 흔히 하는 유산소 운동과는 분명히 다를 것 같았다. 그래서 글을 구상함과 동시에 직접 고무줄놀이를 일정한 루틴으로 매일 해보기로 하였다. 과연 움직이는 것을 싫어해서 누워서 하는 근력운동만 추구했던 나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몹시 궁금했다. 


이 책에는 고무줄을 따라 할 수 있게 고무줄놀이의 방법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물론 지역마다 놀이 방식이 많이 다르긴 하겠지만 (그래서 선뜻 펜을 들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의외로 각 지역의 맘 카페의 글 들에서 여러 가지 공통점들을 발견하고 안심할 수 있었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고무줄놀이는 박자만 맞으면 아무 노래에나 무궁무진하게 응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으니 각자의 기억에 살을 붙이는 한 과정에 동참하는 데 의의를 두기로 하자. 


왼발잡이 고수와 전학생 이야기를 빌려 고무줄놀이의 방식을 설명하였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옛 친구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고무줄의 매력을 더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무줄놀이는 학업 스트레스를 해방시켜 주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적어도 우리에겐 그랬다. 


고무줄놀이가 현대적인 관점에서 다시 재조명되기를 소망하는 사심을 가득 담아 본다. 마침 가수 선미의 고무줄놀이를 하는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어쩌면 촌스러운 것이 아닌 새롭고 세련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한때 세계를 열광하게 했던 <오징어 게임>의 열기를 보면 어쩌면 고무줄놀이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고무줄놀이 자체가 우리의 것이라고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유튜브만 보아도 중국식 점프 로프라는 용어로 더 많이 보이고 일본의 영향이 짙게 있다고 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고무가 생산되기 이전의 탄성이 없는 새끼줄을 이용한 놀이에 대한 기록도 있고 고무가 생산된 이후의 근대기에 많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놀이 방식이 각자 다를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가 그 까만 고무줄 위에서 뛰고 넘어지고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는 점이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우리의 전통 놀이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했던 것처럼 고무줄놀이가 글로벌화됐으면 하는 바람까지 있다. 


이제부터는 추억의 한편 속에만 존재했던 고무줄놀이를 40대 중반의 이 시점에서 어떻게 밖으로 끄집어내서 운동의 도구로 적용시켰는지 낱낱이 알리고자 한다. 신기하게도 머리보다 몸이 기억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잊혀가는 우리 놀이가 요즘 시대에 걸맞게 다시 붐이 일어나기를 소망해 본다. 


고무줄은 잘 끊어지는 성질이 있어서 (또는 누군가에 의해 자꾸 끊어지게 되므로) 조각조각 매듭을 묶어 이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조각조각 끊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이어 보고자 한다. 


일러두기) 

· 제목이 <왼발잡이 고무줄놀이 고수>이지만 이 책의 모든 도식은 오른발 잡이를 기준으로 그려져 있다. 

· 두 줄 세 줄 고무줄놀이도 있으나 이 책에는 한 줄 고무줄놀이만 기록했다. 

· 지역마다 고무줄놀이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 대부분의 노래는 한 소절이 8박이며 같은 박의 노래라면 어떠한 노래 든 동작의 응용이 가능하다. 


이 책에는 고무줄 동작을 소개하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이해를 돕기 위해 동작 용어 설명을 간략히 하고자 한다. 


· 시작 포지션(오른발 잡이 기준)

- 줄을 오른쪽에 두고 양 발 모두 왼쪽에 서있기

- 줄을 다리 사이에 두고 서있기- 오른발로 줄을 밟고 서있기


고무줄놀이의 시작 포지션


· 고무줄놀이 동작 요약

- 줄 걸기 : 줄을 다리 사이에 두기 위해 오른발을 들어 줄을 거는 방식.

- 줄 밟기 :  고무줄을 밟는 동작.

- 줄 넘어가기 :  한 발씩 줄을 넘어가는 동작. 가장 흔히 사용되는 동작.

- 점프하여 줄 넘기 :  양 발로 동시에 점프하면서 한쪽 발로 줄을 넘어가는 동작.

- 점프하여 줄 밟기 :  양 발로 동시에 점프하면서 한쪽 발로  줄을 밟는 동작.

- 줄 가두기 (줄 걸쳐 놓기) :  높은 단계에서도 줄이 달아나지 않도록 발목에 걸쳐두는 기술

- 줄 감기 :  고무줄의 탄성을 이용하여 줄을 다리에 감는 방식.

- 뒤로 줄 걸기 :  반대쪽으로 방향을 바꾸기 위해 왼발을 사용하여 뒤로 줄을 거는 방식.- 줄 내리기 (변칙) :  만세 단계에서 손을 사용하여 줄을 잡아 내려 발에 거는 방식.


고무줄놀이 동작 요약


· 동요에 대한 저작권으로 인해 발 모양 도식에서 동요 노래 가사 부분을 동그라미 표식으로 대체하였다. 동그라미 하나 당 가사 한 음절 이므로 동그라미 안에 적거나 음절에 맞춰서 부르면 된다. 

이 책에서 다룬 고무줄놀이 동요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① 전우야 잘자라 (유호 작사, 박시춘 작곡) 

② 오즈의 마법사 (이경숙 작사, 배형신 작곡) 

③ 금강산 (강소천 작사, 나운영 작곡) 

④ 다람쥐 (김영일 작사, 박재훈 작곡) 

⑤ 최영장군 (나운영 작곡, 최태호 작사) 

⑥ 장난감 기차 (작사 미상, 전종화 작곡) 

⑦ 푸르다 (박경종 작사, 권길상 작곡) 

⑧ 바다 (문명호 작사, 권길상 작곡) 


마지막 노래 빼고는 대게 한 소절이 8박(4분의 4박자)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설령 노래를 모르더라도 박자가 같은 다른 곡에 동작을 응용해도 된다. 참고로 마지막 노래 <바다>는 한 소절이 6박(4분의 3박자)이다.  


주의) 무릎이나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고무줄놀이를 권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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