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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어 수난기 - 1편

토종 한국인이 한국에서 준비할 때


지난주에 클라이언트 분들과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받은 질문, "싱가포르에 취업하려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되나요?"


해외 취업을 원하는 분들의 제일 큰 고민점일 것 같다. 그러면서도 정말 답하기 어려운 질문인데, "잘한다"의 기준이 모두 다르다 보니 그렇다.


어릴 때 살다 온 경우나 유학파들이 부럽지만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도전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토종 한국인으로서의 나의 과거와 현재의 경험담을 공유해 본다.



초중고와 대학을 거치면서: 솔직히 공부를 할 여력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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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과를 마치 오로지 내 노력의 산물인양 쓰고 싶지는 않다. 세상의 모든 성과는 환경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분들이 본인의 상황과 비교분석해 볼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공유를 해본다 :).


영어 유치원을 다닌 바는 없다. 학원은 초등학교 3학년쯤 처음 갔다.


고등학교 때까지 수능 준비를 위한 사교육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매 학기 영어 지문 50~60개 정도 진도를 나갔는데, 시험 문제에 "괄호에 들어갈 단어는?" 같은 치사한 문제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문장을 모두 외웠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졸업 요건에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 OO 학점 이수"가 있었다. 이 학점을 넘고 나서도 영어 수업을 최대한 많이 넣었다.


방학 때에는 토익, 토플 수업을 들었다. 점수 유효기간이 2년이든 말든, 공부 자체가 목적이었다.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한 학기 다녀왔다.




한국에서 커리어를 시작: 외국인 클라이언트를 맡았다.

pexels-fauxels-3184291.jpg Photo by fauxels: https://www.pexels.com/photo/colleagues-shaking-each-other-s-hands-3184291/


얼마 전에 조금 놀란 일이 있었는데, 후배에게 일을 하나 소개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후배 왈, 영어가 중요한 일이라면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똑똑한 후배라서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에서 영어를 쓴다는 건, 따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공짜 공부’ 기회인데…



후배는 한국에 쭉 있을 생각이지만,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외국인과 일할 기회를 적극 찾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처음에는 눈치도 많이 보이고 민망한 상황도 있을 것이다. 나 같은 소심이나 내향인이라면 더더욱 괴로울 수 있다!



인턴으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우리 회사의 클라이언트는 하필 인도인이었다. 인도 억양으로 답답해하면서 "Yes or No?!"를 외치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우리 회사 유학파들도 알아듣기 어려운 그녀의 영어를 내가 어떻게 감당했겠는가. 그때에는 스크립트를 바로 써주는 앱이나 Chat GPT도 없어서 정말 생으로 알아들어야만 했다.



다행히 나는 인턴이어서 좀 못 알아 들어도 눈치가 덜 보이는 특권이 있었다. 해외 취업을 원하는 분들은 특히 말단일수록 한국에서 영어로 고생하는 걸 추천한다! "경력을 더 쌓으면 알아듣기가 쉽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미루다가 대리 차장급이 되면 못 알아듣는 게 창피해진다. 나처럼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소심이라면 인턴, 사원일 때 못 알아드는 것이 백번 낫다.




2편에서는 싱가포르로 도착하고 난 뒤 영어 때문에 겪은 고난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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