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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잘렸다

해외 취업의 명암


동료가 잘렸다.


화요일 밤 11시, HR 동료로부터 왓츠앱 메시지가 왔다. "유빈, 네가 괜찮았으면 해. (I hope you're ok)".

뭐지? 한국에 재해라도 있나 싶어 네이버 앱을 열어봤지만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또 혹시나 내가 잘렸더라도 본인이 HR팀이니 더 잘 알고 있을 것 아닌가.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냥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서야 알게되었다. 밤새 구조 조정이 있었다는 걸. 구조 조정의 대상이 되는 직원들에게만 오전 11시에 면담이 있었고, 그들은 오후 중에 짐을 챙겨 떠나야만 했다. 내게 늘 도움을 줬던 동료들이라 마음이 정말 안 좋았다.


Photo by ANTONI SHKRABA production: https://www.pexels.com/photo/a-man-in-gray-suit-8279211/




때로 구조조정은 퍼포먼스와는 관계가 없다.


노동법이 생각보다 강한 한국과는 달리, 미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서는 해고가 쉽다. 상대적으로 해고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는 "내가 성과가 좋다면야 해고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 구조 조정을 당한 내 동료들은 매 분기 쿼타를 꾸준히 달성하는 팀이었다.


내 성과가 좋고 열심히 하니 회사가 사정을 봐주겠지라는 것은 철저히 노동자의 시선이다. 예를 들어 큰 시장을 담당하여 매출이 100억 나오는 팀과, 작고 어려운 시장을 담당하여 10억을 버는 팀이 있다면 능력 면에서는 후자가 나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압박이 있을 때에는 후자가 정리되기 쉽다. 숫자가 작으니까.


Photo by Jahoo Clouseau: https://www.pexels.com/photo/photography-of-city-during-dusk-867092/





외국인 노동자에게 더욱 무서운 해고


내가 외국인이라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비자. Employment Pass, S Pass 같은 취업비자가 있어야 해외에 체류하고 생활할 수가 있다. 그러나 내가 사직 통보 기간도 없이 당일 퇴사를 해야한다면? 싱가포르에서는 비자에 따라 최대 30일간 체류 기간을 주지만, 역시 현지인 대비 큰 어려움이다.


30일 안에 새 비자를 받아야 체류가 가능한데, 그 안에 잡을 찾을 수 있을까. 이사 준비까지 동시에 해야 할 수도 있다. 가족이 있다면, 배우자와 자녀의 비자도 함께 취소되기에 급히 전학이나 귀국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현지인이었다면 에라 모르겠다, 이번 기회에 여행이나 가자며 훌쩍 떠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에서의 직장 생활에 무척 만족한다. 능력을 더 인정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고용 불안정성을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 지금껏 내 브런치북에 해외 취업에 대한 좋은 점만 써두었기에, 균형 잡힌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어려운 점도 기록해둔다.


Photo by cottonbro studio: https://www.pexels.com/photo/white-wooden-table-with-chairs-in-a-room-406





이 글이 싱가포르를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작은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

궁금한 점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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