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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영현 Sep 22. 2023

어떤 마지막은 처음 같지만

어떤 마지막은 처음 같지만




차고 미끄러운 시간이 허물을 벗은 걸까


컵에 그려진 어린왕자 그림이 지워졌다


왕자가 사라져도 컵은 여전히 컵


사막이 언제나 사막이듯이     

어떤 마지막은 처음 같지만


뜨겁게 담겨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다

다 식어버리고


손잡이 속으로 사라진 손들이

남긴 명암


곡선을 받치고 선 바닥은

아무도 볼 수 없다


고 믿었지만 나만 볼 수 없었다


네가 바라봤을 바닥을 생각하다

식은 차를 다 마셔 버리고


탁자에 컵을 내려놓았을 때


처음처럼 텅 비어 있었다



-[모던포엠] 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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