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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영현 Sep 22. 2023

장미

 장마

              



  칠성동 장미파라고 들어봤어? 언니들은 면도날을 씹어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얼굴에 뱉는다는 거야. 제 입에 칼을 넣는다는 거, 으득으득 씹는다는 거. 그래, 누구나 벌벌 떨겠지. 떠는 동안 언니들 입안은 갈가리 찢어지겠지. 벌겋게 타오르겠지. 흥건한 피가 목구멍을 지나 뱃속에 차오르겠지. 면도날을 삼키기도 하겠지. 면도날 조각이 흘러들어가 언니들의 아기는 피투성이가 되어 태어나겠지. 아가야, 아가야, 미안해, 하며 울겠지. 벌벌 떨며 울겠지. 삼키는 게 습관이라 울음도 삼켜 보겠지. 아프겠지. 아파도 빨간 립스틱 바르고 거리를 걷겠지. 걷는 자리마다 노을 내리고 단풍 들겠지. 어디로 갈지 몰라 담에 기대겠지. 고개 들면 화들짝 놀라겠지. 칼날 조각을 온몸에 박은 채 붉게 피어난 서로를 보게 될 테니까.



-[문학수] 2021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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