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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영현 Sep 22. 2023

장미는 아름다운가요

  장미는 아름다운가요

           



  크루즈 객실에 동그란 창이 있어요. 창밖으로 종일 출렁이는 바다. 붉게 물들어도 바다. 장미는 아름다운가요. 수십 개의 동그라미 속에 내 얼굴이 있어요. 단 하나의 동그라미 속에 당신 얼굴이 있어요. 폐쇄 병동 문에는 동그란 창이 있어요. 창밖에는 계단뿐이에요. 장미는 아름다운가요. 발소리를 무서워하는 계단이 동그라미 쪽으로 동그라미 반대쪽으로 서로를 당기고 있어요. 동그랗게 동그란 창밖에 밤이 와요. 반드시 와요. 파도가 컹컹 짖어대고 계단이 헉헉 헐떡여요. 왜 다 내 귀만 물어뜯는 걸까요. 장미는 아름다운가요. 검은 눈동자처럼 동그란 창이 나를 쳐다봐요.




-[계간문예] 202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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