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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영현 Sep 22. 2023

실종

실종




죽은 자의 눈 위에 손바닥을 대면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을 볼 수 있을까    

 

한강에 뛰어내린 사람이 119에 전화를 한다

살려 달라고

차분한 목소리는 구조의 신호가 아니라서

상담원은 비웃음을 보낸다     


웃음이 흐르는 한강     


눈을 감고 걸으면 스무 걸음도 못 가

눈을 뜨게 된다

부딪힐 것 같은 느낌, 느낌일 뿐이지만

    

죽고 싶다가 살고 싶은

살고 싶다가 죽고 싶은  

   

뜨거운 치킨을 뜯으며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살고 싶은데 죽게 되는

죽고 싶은데 살게 되는     


죽은 영혼은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고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살고 싶어서

떠도는 한강     


딸꾹     


술잔에 몸을 담근 순간

눈을 감는 순간     


누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눈 위에 손을 올리고 있다



-[모던포엠] 202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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