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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영현 Sep 22. 2023

암순응

암순응


             


문틈에서, 옷장 모서리에서, 의자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 돌리면

비눗방울 터진 것 같은 허공이 있다   

  

어디에나 있다

갓난아기의 조그만 몸에도 있다

몽고반점에, 눈동자에, 아니면 그림자 속에  

   

아이가 자랄 때 죽음도 자란다

죽음이 다 자라면 죽은 자가 된다

누구의 죽음이 더 빨리 자라는지 아무도 모른다  

   

죽은 자의 죽음이 어둠에서 살아나

어둠보다 어두운 물결을 그릴 때

산 자의 죽음이 요동친다     


안과 밖의 죽음이 서로를 부르는 걸까     


검은 심장이 뛴다

서늘한 침묵에 사로잡힌다     

진짜 죽어버리라고


어둠뿐인 진짜 어둠이 되라고

손을 내저어도     

어둠의 빛은 꺼지지 않는다




-[모던포엠]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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