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물의 문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은 누구의 노크였을까. 아버지의 배에는 물이 자라고. 아이를 가진 것처럼 부푸는 배. 물의 아이가 응애 응애 울었던가. 울음소리를 듣고 집으로 흘러드는 강. 물과 물이 안팎에서 서로를 부를 때 물을 모르던 우리는 끝없이 허우적거리고. 그 틈에 아버지,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가신 이를 어이할꼬. 무거운 강은 제집인 듯 눌러앉고. 나무토막 타고 오빠는 서울로 가고. 물속에서 숨을 참던 언니가 동그랗게 입을 열고. 벙긋벙긋 그 많은 강물을 끌고 나가는데. 어디로 가는 거야, 어디로 가는 거야. 따라 나가도 젖은 밤이 길을 막아서고. 똑 똑 물방울이 머리칼을 적시고 얼굴을 타고 내리는데. 뒤를 돌아보니 집이 둥둥 떠가는데. 집에서는 언제까지나 엄마가 염불을 외고. 밤이 다 내려도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모르고. 열기만 하면 쏟아질 것 같아 문고리를 잡고 다닌다. 문을 덮고 누우면 가슴이 눌린다. 밤마다 똑 똑 누가 문을 두드린다.
-「문장웹진_콤마」『문장웹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