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와서 느낀 가장 강렬한 감정은(가우디에 대한 존경심 외에) 종교에 대한 감정이었다. 종교가 없는 나도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면 예수님을 믿었을 것에 의심치 않는다.
세비야에서는 꼭 들러야 하는 곳이 두 군데가 있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크다는 세비야 성당 Seville Cathedral, 그리고 이슬람풍(무어리쉬)위에 지어진 카톨릭식 궁전, 알카사르 Real Alcazar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에스빠냐 광장!).
세비야의 첫째 날은 엄마가 미리 예약해둔 세비야 대성당으로 시작한다.
유럽은 처음이라, 이런 압도적으로 큰 성당은 처음이었는데 그 스케일만큼 안에 마련된 제단들이 어마어마했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크다하고, 스페인에서 가장 큰 세비야 대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공 되면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성당이 된다고 한다). 세비야의 역사가 그렇듯, 이 성당 역시 이슬람권의 모스크가 있던 자리를 허물고 수정해서 올린 곳이라 곳곳에서 이슬람 양식을 찾아볼 수가 있다고 한다. 특히 건축물의 파운데이션 부분에. 광대한 스케일에 오디오 가이드를 들고 다니며 모든 제단의 설명을 듣고 감상하느라 반나절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위로 보이는 main altar는 가히 아름다움과 화려함에 압도되는 충격을 선사했다. 천장까지 뻗은 이 제단은 예수와 성모의 삶을 44개의 조각상으로 표현하는데 왼쪽에서 보다시피 세로의 네 장면은 예수와 성모의 일생에서 중요한 네 가지 이벤트를 가리킨다 (예수님의 탄생, 성모 마리아의 승천, 예수님의 부활, 예수님의 승천). 오른쪽은 제단의 모든 장면에 불이 켜진 장면인데, 왼쪽에서 보다시피 어디에선가 나오는 불이 장면을 하나하나 쬐주며 이렇게 십자가로도 불을 쏜다. 이 아름다운 제단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져온 골드로 쳐발쳐발 도금되어 있는데 보면 이 스페인 도둑놈들이 이런 도둑놈들이 없다. 못 된 것들.
빛이 잘 들지 않는 성당 내부는 콧물 찔찔거리며 돌아다녀야 했을 정도로 추웠고 히랄다 종탑에 올라 세비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오렌지 정원을 통해서 나와서야 세비야 대성당의 구경이 마무리되었다.
Iglesia del Salvador, 살바도르 성당. 세비야 대성당 티켓으로 함께 갈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세비야 대성당에 스케일은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아늑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이런 제단의 조각들을 보고 있자니 다음에 유럽에 올 땐 꼭 성경을 정독한 후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종교가 뭐길래 그 당시 사람들은 저렇게 조각 하나하나에 정성 들여 성경의 이야기를 새겼던 걸까. 이곳의 특이한 점은 하느님이 재단에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엄마도 그렇고 나도 그랬고 하느님이 사람의 형상으로 표현되어있는 건 처음 봤다).
세비야는 그냥 좋고 좋고 또 좋았다. 길거리에 주렁주렁 널려있는 탐스러운 오렌지와 잘 어울리는 노란색 건물들도, 바르셀로나보다 싸고 맛있는 음식들도, 에어비엔비 숙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