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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Jul 16. 2020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답: "잠은 보약"이기 때문

코로나의 창궐로 바깥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함에서 오는 가장 큰 좋은 점은 그만큼 독서를 할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인 것 같다. 자가격리를 하며 읽은 책 중 하나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잠을 연구하고 있는 교수, 매튜 워커가 쓴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라는 책이다. 쉬운 글로 써져 읽기가 쉬운데 과학적인 실험 결과들이 가득, 흥미로운 정보가 꽉 차 있는 책이다. 그의 잠 전문가로서의 20년의 지식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먹고, 배설을 하고, 섹스를 하고, 움직(운동)이고 잠을 자는 생활의 필수적인 요소들에서 우리는 먹고, 배설을 하고, 섹스를 하고, 운동을 하는 이유와 그 유익함을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교육받지만 "잠"이라고 하는 미지의 분야에는 아는 바가 많지 않다.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우리는 왜 자는가"라는 물음을 던진 적이 없다. 아침 일찍 등교 혹은 출근을 요구했을 뿐이지.


책의 구성도 완벽하다. 이 책은 모두가 꼭 읽어봐야 하는, 우리가 알아야 하는 "잠"에 대한 비밀을 풀어주고 (뇌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태반이지만), 왜 우리가 하루 7-9시간의 수면을 취해야 하는지, 수면이 부족할 경우 어떤 결과를 낳는지, 왜 수면제가 불면증에 좋은 해결책이 아닌지, 카페인과 알콜은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개인으로서, 조직으로서, 사회로서 잠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그 편견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제안하고 그를 해결함으로써 오는 우리 사회의 비용 절감/부의 증대를 제시한다. 몇 가지 아주 흥미롭다고 여겼던 부분에 대해서 늘어놓아본다.


1. 수면부족은 몸의 면역력을 감소시키고, 당뇨병 전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암의 발생률을 높이고, 치매의 발생률을 높인다. 동맥이 막히며 심장 관련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인다. 먹어도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비만에도 영향을 준다.


2. 생체 시계,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

사람에게(혹은 동물들에게)는 개인 고유의 생체 리듬이 존재한다. 생체 리듬은 뇌 중앙의 시교차 상핵이라는 부분에서 담당한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는 뇌에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부분과 가까이 위치하는데 이는 "빛"이 인간의 생체리듬에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의 생체 리듬은 24시간이 조금 넘는데 이는 지구의 하루(밤/낮) 주기와 비슷하다. 밤에 해가 질 무렵부터는 멜라토닌이 분비되며 곧 잠을 잘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눈을 뜨고 잠에서 깨면서부터 쌓이기 시작하는 아데노신이라는 호르몬이 쌓이다 피크를 찍으면 우리는 수면 압력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잠을 자는 동안 이 아데노신은 시스템에서 청소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쌓이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카페인은 이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생체 주기를 흐린다. 태양의 “빛"은 생체 리듬에 큰 영향을 주지만 어느 날 해가 뜨지 않더라도 이 생체 리듬은 대략 24시간을 주기로 반복된다(깨어나고, 잠을 자고, 깨어나고, 잠을 자고...).


3. 수면은 Non-REM/REM 수면으로 이뤄진다. NREM/REM 사이클이 한번 도는 데는 대략 90분 정도, 그리고 이 NREM/REM 사이클이 다섯 번 도는 것이 이상적인 잠의 양. 따라서 충분한 수면은 7-9시간이라고 한다. 잠을 막 자기 시작했을 때의 사이클에서는 NREM 수면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잠에서 깨어나기 전 마지막 사이클은 REM 수면의 시간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 측면에서 보면 REM이 NREM보다 훨씬 짧다, 아래 그래프 참고). NREM과 REM 수면 모두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므로 어느 한쪽이 부족한 경우 몸/정신에 이상이 올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주말에 주중에 못 잔 잠을 몰아서 자는 것은 수면 부족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


아침이 가까워지며 렘수면의 비중이 점점 늘어난다


4. NREM(Non-Rapid Eye Movement) - 단기 기억력 저장소(해마)에 들어있는 깨어있는 시간에 습득한 정보를 장기 기억력 보관소(대뇌 피질)로 옮겨준다. 특히 NREM에서 일어나는 수면 스핀들(뇌의 시그널이 갑자기 크게 터지는 현상)에서 메모리의 트랜스퍼가 극대화된다. 이 기능은 우리가 다시 일어났을 때 하루 전에 저장되어있던 정보들을 해마로부터 청소하여 오늘 배울 정보 습득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준다. NREM의 단계에서는 뇌신경의 시그널이 느려지고 안정적이다. NREM 수면 시그널은 이성, 논리, 판단을 관장하는 전두엽에서 생성한다. 운동을 익히고 익숙하게 하는 것도 NREM 수면의 단계에서 일어난다.


5. REM(Rapid Eye Movement) - 뉴런들 간의 연결을 더욱 단단하게 해 주며 우리는 REM 수면 단계에서 꿈을 꾼다. 이 단계의 잠에 진입하면 눈알이 핑핑 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움직임에 필요한) 눈 이외의 자발적 근육들이 마비가 되며 이로서 우리가 꿈을 꾸는 동안 몸을 움직임으로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해준다(꿈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진다고 해서 실제로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거라면...). 이 스테이지의 뇌 신호의 그래프만 보자면 깨 있는 상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바쁜 그래프를 그린다. 이 단계의 수면에서는 과거에 알고 있던 지식/경험과 현재의 경험을 접목하여 창의적인 솔루션을 가능케한다. 종종 전날은 도무지 풀리지 않던 문제가 잠을 자고 일어나니 쉽게 풀리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이는 REM 수면이 밤에 열심히 퍼즐을 맞춰줬기 때문이다.


6. NREM 수면 시그널은 전두엽에서 발생하는 반면 REM 수면의 단계에서는 전두엽이 셧다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꿈은 논리나 인과관계없이 자유로울 수 있다. REM 수면의 단계에서는 시간, 공간, 운동, 감정을 관장하는 뇌의 부분(해마, 편도 등)이 활성화된다. REM 수면의 단계에서는 하루 종일 몸에서 흐르던 스트레스 유발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이 유일하게 분비를 멈추며 교감신경계를 잠재운다. 하루에 있었던 감정적인 상처를 달래준다. 또 REM 수면은 우리가 사회적 동물로서 상대방의 표정으로 감정을 읽는 기능을 매번 우리가 잠잘 때마다 재정비해준다.


7. 유아기, 청소년기의 뇌 발달은 아주 중요한데 이 뇌 발달에 잠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태아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땐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시간 수면에 빠져있다고 한다. 유아기에는 REM 수면이 지배적인데 이유는 기억과 경험을 저장하는 일보다는 뇌신경들을 연결 짓는 기반 구조를 계속하여 짓고 있기 때문이다(뇌의 신경들을 연결할 고속도로를 짓는다 비유해보자).


8.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사춘기의 친구들은 신체리듬이 몇 시간 뒤로 밀린다고 한다(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 이는 부모가 잠에 든 이후 세상을 탐험하며 부모로부터 독립을 준비를 하기 위함이라는 진화론적인 이유라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 청소년기의 친구들에게 아침 일찍 등교를 요구하는 것은 뇌 발달에 꽤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아침 일찍 등교를 해야 하는 청소년들에 정신병이 많이 발현되는 것도 수면부족 때문이다. 등교시간을 몇 시간 늦추는 시스템을 도입했던 미국의 몇 개 주의 데이터에 의하면 단순히 등교시간을 늦추는 것만으로도 사춘기 친구들의 테스트 성적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청소년기의 뇌는 뇌의 뒷부분부터 발달되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으로 발달을 이루는 부분이 전두엽, 즉 논리를 관장하는 뇌 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들 사춘기들 친구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9. 음주 운전은 브레이크를 늦게 밟는 등 반응이 느려서 사고가 나지만 졸음운전은 뇌가 몇 초 동안 완전하게 셧다운 하게 되므로 이 경우 빠르게 달리는 차체가 컨트롤을 순간적으로 잃으면서 큰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잦다한다. 실제로 졸음운전 사고의 수가 음주 운전의 사고 수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널리 알려진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각종 약물이 거미의 거미줄 만들기에 미치는 효과: 대마초를 섭취한 거미가 단순히 귀찮았다면 카페인을 섭취한 거미는 제정신이 아니어보인다.


10. 카페인이 아데노신의 수용체와의 결합을 방해해 수면 압력을 흐린다면 알콜은 전두엽을 진정시키는 것으로 시작해 사람을 좀 더 (논리로부터) 느슨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결론적으로 수면 신호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뇌를 진정시킴으로써 깊은 잠에 빠질 수 없게 한다. 자는 동안 뇌의 특정 부분은 어느 수면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매우 활성화되어있다. 수면제도 마찬가지다. 어느 뇌 부분을 진정시키는 약물일 뿐, 수면 시그널을 생성시키지는 못한다. 수면제는 수면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11. 산업화가 진행되며 우리는 부지런함을 미덕으로 삼고 잠을 많이 자는 것은 게으르다며 죄악시하게 되었는데 이는 크나큰 편견이다. 인간은 산업화 후 천편일률적인 출근 시간으로 산업화 전보다 몇 시간의 수면 시간을 잃었다. 물론 패스트푸드 등 다른 요인도 있었겠지만 비만의 증가 또한 수면 부족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일 것으로 생각된다.


12. 좋은 질의 수면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런 것들이 있다.

- 일정한 수면 패턴의 확립: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주말 포함)

- 잠자기 전 몸의 온도 낮춰주기: 세수, 손, 발 닦기 (머리, 손, 발은 열 발산이 가장 많이 되는 몸의 부위로 잠자기 전엔 몸의 온도가 약간 떨어진다. 따뜻한 목욕 자체가 수면에 좋다기보다는 목욕 후 물방울들이 증발할 때 몸의 온도가 내려가게 된다)

- 잠 자기 전 블루라이트 멀리하기: 블루라이트는 멜라토닌 분비에 방해를 끼친다

- 카페인, 알콜 줄이기


13. 진화론적으로 잠이 필요 없었다면 자연선택에 의해 잠은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몇 백만 년이 지나오면서도 모든 동물에게 있어서 잠은 생존했다. 그만큼 생명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행위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같이 말도 안 되는 말은 없다. 잠은 한 번에 몰아서 잔다고 해서 부족한 수면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꾸준히 8시간씩 자야 몸이 최적화된 기능을 할 수 있다.


몸이 아픈가? 먼저 잠을 자보자. 마음이 아픈가? 일단 잠을 자보자. 잠이 당신의 짐을 조금은 덜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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