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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집사 Lawjibsa Mar 06. 2018

블록체인 원정대

먼길을 떠나며

블록체인은 나에게는 일종의 상징이다. 나는 컴퓨터과학자도, 프로그래머도 아니고, 법률을 해석하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어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알고'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어떻게 나는 잘 모르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것에 빠지게 되었을까? 수많은 관심사를 다 정리하고 이 분야를 연구하고 이 분야에 기여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치 잘 모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과 비유할 수 있을까?


앞으로 나는 잘 모르는 블록체인을 공부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새로운 조직들, 책과 블로그, 기사들 그리고 생각들에 대하여 일기처럼 써보려고 한다.

이러한 일기가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 나는 '블록체인과 법률'이라는 학회를 만들려고 나름 시간을 쏟고 있다. 아직 새싹에 불과한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나라에서 개화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설계하는데 기여하기 위해서이고, 나아가 아직 인류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조직형태에 대한 실험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블록체인과 법률 학회는 기존의 학회와 달랐으면 한다. 매달 혹은 분기에 한번 순서를 정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고 그 결과를 책이나 잡지로 출간하는 형태가 아니라 인터넷 네트워크 상에 항상 존재하고, 회원들이 항상 느슨하게라도 연결된 학회이었으면 한다.

회원들이 블록체인과 관련된 연구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고,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 전파 등으로 쉽고 빠르게 협업을 할 수 있고, 그 프로젝트의 기여도를 인간이 아닌 알고리즘이 산정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좋아요'나 훌륭한 논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해당 지식이 인용되고, 다른 사람에게 공유되는 것이 모두 기본 단위로 측정되었으면 좋겠다. 그 기본 단위가 암호화폐일 수도 있다. 해당 암호화폐 혹은 어떤 점수가 대학이나 연구소의 스펙을 대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 무엇이든 측정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도량형이 필요하다. 기본 단위가 필요하다.


며칠 전 미국 와이오밍 주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산업의 부흥을 위해 유틸리티 토큰법, 비트코인 법을 통과시켰다고 기사가 나왔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어떤 내용인지,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법과 충돌이 없는지, 위 법안보다 나은 대안은 없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찾기 어려웠다.

블록체인과 법률 학회에서 누군가 위와 같은 작업을 할 프로젝트를 론칭하면, 그 자체로 점수나 암호화폐를 받고, 다른 회원은 실시간으로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여 법안을 번역하거나, 해당 법안이 우리나라의 다른 법에 충돌되는 지점에 대한 코멘트를 할 수 있고, 다른 회원은 이런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정리하거나 다른 곳에 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협업의 결과로 빠르고 네트워크에서 원하는 결과물이 산출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가치가 변동하게 되고 그 결과물에 대한 가치는 해당 결과물을 협업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분배된다. 그 가치는 금전적 가치일 수도 있고, 평판일 수도 있으나 기본 단위가 있어 점수화할 수 있는 가치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분배에 대한 학회에서의 합의이고, 이러한 분배 알고리즘은 학회 구성원의 합의 이후 프로그램화되어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학회의 기본 시스템이 되길 바란다.


이러한 형식의 학회가 당장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아직은 이러한 학회를 같이 할 사람도, 인터넷 상에 이런 학회를 구성할 돈도 없는 상황이지만 잘 될 것으로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다.

3월 말이나 4월 초에 발기인 총회에서 같이 할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학회의 기본 설계에 대하여 토론할 예정이다.


이러한 학회 조직도 네트워크적인 조직이 될 것이다. 마치 위키피디아 같은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

블록체인은 전명산 씨가 말한 바와 같이 사회적 기술이다.


중앙집권적인 조직이 정보과학의 발전과 네트워크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정보를 가둬놓음으로써 부와 권력이 오히려 집중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그러한 부와 권력의 독점은 오히려 인류에 대한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정보의 분산으로 권력과 부에 대하여 지금보다 더 적절하게 분배되는 조직의 구성이 가능할까?


프레데릭 라루가 쓴 조직의 재창조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율적인 사람들의 연합인 조직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능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보의 끊임없는 교환, 정보를 나누고, 더하고, 뒤트는 등으로 우리가 합의할만한 가치가 창조될 수 있을까?


블록체인 원정대가 내가 사는 이 땅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앞으로 이런 브런치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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