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요…… 이제와서 이러기 있습니까?
한 TV채널에서 진중권 교수를 내세운 토론프로그램을 편성한 적이 있다. 내용인즉 혈기왕성한 대학생 토론팀을 데려다가, 현직대학교수와 최근 각종사회현안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었다. 이 방송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나는 평소에 TV를 잘 켜놓지도 않거니와 항상 보는 것들― 24시간 뉴스나 NBA중계, 고양이를 부탁해와 넷플릭스 정도―만 챙겨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컨셉의 방송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는 이유는, 언젠가 SNS 피드에 굴러다니는 몇 분 짜리 클립을 봤던 덕분이다. 해당 편집본에서 다루던 주제는 아마도 '정부가 대학교 등록금을 지원해주어야 하는가' 쯤 됐던 것 같다. 진중권 교수가 철없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대학교 입학은 일종의 투자다. 누군가 대학에 가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라 자진해서 교육 서비스를 구매한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는 걸 왜 나라한테 돈을 달라고 하냐'며 일침을 놓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댓글창을 보니 '역시 진중권이 말빨 하나는 대단해' '저거저거 대학생들 입도 뻥끗 못하는 거 봐라' 같은 반응이 좋아요 수백개를 받고 최상단에 올라 있었다.
역시 진중권 교수님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나는 개인적인 감정으로 글을 쓰지 않는… 아니, 쓰긴 쓰는데 지금은 확실히 아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을 TV프로그램이나 인터넷 상의 글 몇 개로 판단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 영상만 놓고 이야기해보자면, 진중권 교수를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 말할지언정 감수성 넘치는 사람이라곤 할 수 없을 것 같다. 토론에 감수성 운운하는 게 터무니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꼭 대학에 갈 필요가 있냐?' 와 '그렇게까지해서 대학에 가려고 하는 이유가 뭐냐'라는 말 사이에는 질문의 요지보다 더 결정적인 간극이 있고, 나는 그걸 감수성 이외의 단어로 표현할 능력이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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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해당 브런치북 연재분이 <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따라서 3화 이후의 전문은 보여지지 않으며, 중간에 책 구매 링크로 전환했습니다.
가급적이면 저도 오픈해놓고 싶지만, 제 글을 믿고 투자해준 출판사, 그리고 이 부족한 글을 책으로 구매해 책장에 꽂아놓으실 독자분들께 저 나름의 예의를 지키고 싶습니다.
따라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나머지 내용은 책을 구매해서 읽어주세요.
책에 실린 것은 편집자의 손을 거친 글로서 온라인 버전에 비해 훨씬 깔끔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즐겁게 쓴 글을 여러분 또한 즐겁게 읽고, 또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찾아뵐 수 있다면
저로선 더없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