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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묵돌 Feb 14. 2020

습작

백마흔네번째

 “하나님께선 인간이 절대 혼자 행복할 수 없다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 그대로입니다. 여러분!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사회적 동물이란 곧 종교적 동물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안 그래요, 여러분?”


 “예, 예” 성전에 둘러앉은 수백 명의 신도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예. 좋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정말 목사라서 하는 말이 아니에요! 종교가 곧 인류의 역사입니다. 전 세계, 저명한 사회학자들, 과학자들, 역사학자들이 입을 모아서 말해요! 인간의 역사 속에 이 종교만큼 위대한 발명품이 없다…… 왜 그렇겠습니까? 앞에서 말했잖아요. 인간은 절대로, 절대로 혼자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아멘!”


 “아멘―” 신도들은 일제히 목사의 말에 응답했다. 


 “여러분! 혼자 무인도에 가서 틀어박혀 앉아 있어보십시오. 평생 동안 혼자 살 생각을 해보십시오. 끔찍하죠. 끔찍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인간에게 자유라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자유를 빼앗긴 사람은 개, 돼지와 다름없다…… 안 그래요? 안 그렇습니까? 자유라는 건 혼자로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할 수가 없다. 그리고 혼자로서는 행복해질 수가 없다. 왜? 하나님이 그렇게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이! 태초에 인간을 만들 때부터 불완전한 존재로 만드셨습니다. 왜냐? 왜 하나님은 인간을 불완전하게 만들어서 이렇게 고통에 가득차서 살아가느냐? 그건 있죠, 인간이 오만해서 그렇습니다. 오만! 오만해서 그래요! 태초에 하나님이 어떻게 하셨습니까? 자신과 닮은 인간을 창조하신 다음에 어떻게 하셨습니까? 어떻게 하셨어요? 왜 대답이 없습니까, 다들 창세기 안 읽어봤어요? 성경 안 읽어요?”


 목사가 서있는 단상 주위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은 대꾸하길 주저했지만, 그나마 들리는 대답들도 제각기 달라 부산스러웠다. 


 “……다름 아닌 에덴동산에 살게 하셨습니다. 안 그래요? 아무 것도 부족하지 않고, 어떤 고통도 재난도 없는 낙원에 인간을 살게 하셨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인간은 죄를 짓습니다. 어떻게든 죄를 짓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 때문에 스스로 고통 받고 힘들어합니다. 오만하거든. 이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하나님의 은총으로 태어난 주제에 혼자 다 해먹으려고 하거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인간이 혼자 뭘 할 수 있습니까? 하늘이라도 날 수 있어요? 짐승무리들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습니까? 동물들을 쭉 둘러보다보면 인간만큼 나약하고 어리석은 생명체가 없다 이 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이 여태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냐. 하나님이 우리 오만한 인간을 이토록 불완전한 세상에 정착시키셨느냐. 바로 사랑을 배우게 하기 위함입니다. 어떤 사랑? 하나님의 사랑, 죄 많은 인간들을 용서하고 영원히 행복한 나라로 인도해주는 사랑, 간악한 짐승과 사탄의 무리로부터 우리 모두를 지켜주는 사랑입니다. 아멘!”


 “아멘―” 신도들이 응답했다.


 “그런 기회를 우리가 왜 못 잡습니까? 하나님이 우리 인간의 죄를 사하시고, 용서해주시고, 다시 천당으로, 에덴동산으로 인도해주시려 자비를 베푸시는데 우리가 왜 기회를 못 잡습니까? 혼자 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뿌리 깊은 이기주의.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그런 이기주의! 이천년전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던 그 이기주의! 그런 것들 때문에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무엇을? 무엇을 볼 수 없겠습니까? 하나님이 인도하실 세계. 천국. 에덴동산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우리는 보지 못합니다. 어떤 이들은 알지도 못합니다. 신앙이 있고 자신의 죄를 아는 사람들만이 겨우 그 곳에 낙원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믿습니다. 아멘”


 “아―멘” 신도들이 응답했다.


 “여러분 그런 말 아십니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것이 성경 내용입니다. 하나님 말씀 따라서 뭉치면 우리 죄많은 영혼들이 구원받고, 그렇지 않고 혼자 이기주의로 살아가면은 지옥불에 영원히 고통받는 것입니다. 고독하게. 영원히.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우리부터 노력해야합니다. 인간은 혼자 행복할 수 없습니다. 담 너머에 있는 행복의 세상을 보지 못합니다. 오직 함께 있어야만 행복을 넘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우리 신도들처럼 서로 다리가 되어주고, 받침대가 되어주고, 제 몸과 마음을 다 희생해서 위로 보내주는 이들이 있어야만 천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그래야만이 하나님이 우리를 보실 수 있으십니다. 우리의 믿음과, 말씀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을 굽어보십니다…… 흠! 흠!” 목사는 도연히 목이 멘 듯 몇 차례 헛기침을 한 다음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 왜 하겠습니까? 모두가 아는 이런 얘기를 제가 왜 굳이 꺼내겠습니까? 답답해서 그러지요. 예? 뉴스 보셨습니까? 보셨어요?”


 목사가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둔중한 침묵이 성전의 천장으로부터 내리깔렸다. 


 “……이단이랩니다! 이 대한민국이 우리 교회와, 수십 년 동안 교회에 몸담아온 목사 그리고 교인들을 하루아침에 이단 만들었습니다! 제가 말했지요? 대한민국 교회만큼 썩은 곳이 없다고. 썩고 썩고 썩어서 우리 나약한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소돔이고 고모라아니에요? 이러다가 하나님이 이 땅에 있는 사람들 싹 다 지옥으로 보내버려도 문제없지요? 할 말 없습니다. 아무리 억울해도 할 말 없습니다. 하나님 말씀 하나만 믿고 나아가지 않으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습니다. 아멘!”


 “아멘” 


 “교회 증축을 왜 하냐 했습니다. 왜냐 물어보니 이미 크답니다. 우리 교인들 중에도 그러는 분들 있습니다. 내 기가 차서…… 둘러보십시오! 우리 이단들! 하하하…… 혼자 날 수 없어서 이 둥지에 몰려든 어린 양들이 수백수천 명입니다. 하나님이 굽어보시는 이 둥지를 더 크게, 더 높게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교회에 내는 돈 아까워 마십시오. 아까워하면 안 됩니다. 그 돈이 조금 조금씩 모여서 교회의 벽돌이 되고 은총이 됩니다. 그 몇 푼 아껴서 부자되겠습니까? 아니면 하나님 영광아래 영원히 축복받겠습니까? 바보가 아니면 알지 않겠어요? 이런 건 바보도 압니다. 개, 돼지들도 삼세번쯤 말하면 알아듣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뭐하십니까. 제가 여기서 목이 터지라고 몇 번 몇 십번을 이야기 하고 호소의 말씀을 드렸는데도 뭐하십니까. 돈이 없어 공사를 착수하지 못하는 교회 찾아보십시오. 우리 교회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용서합니다. 하나님이 용서하고 제가 용서합니다. 그저 하루빨리 우리 교회, 이 영광스러운 둥지를 넓히고 높여야만이…… 저 구름으로 된 담 너머에 있는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날개가 없습니다. 발톱도 없습니다. 눈도 나쁩니다. 저도 눈 나빠서 안경을 씁니다! 사람은 혼자 날 수가 없습니다.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말씀으로 하나 돼 높이 올라가야 합니다. 감히 혼자 날려고 하지 마십시오. 벌 받습니다. 오만함이 하늘을 찔러 패가망신합니다. 믿으십시오. 인간은 날 수 없습니다. 날 수 없기에 누군가는 희생하고 받치는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사랑이고 실천입니다. 실천하십시오. 여러분, 실천하십시오……”


 예배는 얼마지 않아 끝났다. 무수한 신도들의 기부금 행렬이 이어졌다. 내년 이맘때쯤 교회는 지금의 두 배 높은 건물이 돼있을 예정이었다. 첨탑 꼭대기에 서면 한강 이남이 훤히 내려다보일 것이다.           


<용불용설>, 2020. 2                    









Writing  |  Mukdolee 

Painting  |  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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