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예순네번째
네게 걸어오느라
한참 더러워진 발을
너는 깨끗이 씻어오라고 했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너의 그 더러운 발은 사랑할 수 없어
나는 발을 씻으려 한참동안
은색 양동이에 너의 눈물을 모았고
네 눈에서 나온 물은 날 괴물로 비췄단다
화가 나 발을 집어넣으니
당장 모든 걸 엎어버리고
퉁퉁부은 눈으로 내게
멀리 떠나라 말하는 너
미안해 내가 사랑한 것은
내게 걸어오던 네 모습이었어
너도 너의 씻은 발도
사실은 필요하지 않을지 몰라
나는 굳은 얼굴로 추하게 엎드린 채
양동이에 물을 주워 담고 있다
너의 이빨에 처참히 잔해가 된 채
물을 주워 담고 있다
발을 씻으려하고 있다
<세족식>, 201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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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 Mukdolee
Painting | 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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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ette' 님이 값을 미리 치러 주신 덕분에 이 글과 그림을 작업하고 공개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그림이 걸린 방에는 방향제가 필요없다고 합니다. 이번 기회에 작업도 후원하고, 당신만의 공간에 멋진 그림도 한 점 걸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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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 2019년에 쓴 약 일흔 편의 작업물 및 미공개본을 묶은 첫 단편소설집, 「시간과 장의사」가 출간되었습니다. 표지에 고양이가 그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