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by Cindy in Wonderland

치아 교정이 나에게 성취감을 주고 내가 비움의 가치를 믿는다 한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채움의 책임 - 대출이자와 생활비, 리노루나 츄르값은 외면할 수 없다.


‘비움 당한’ 직업을 다시 채워야 했다.


내가 걸어온 커리어의 궤적을 천천히 되짚어보았다.

7년 전, 리테일 개발팀을 떠나며 나 자신과 한 약속.

"모두를 위한 공간을 만들자."

그 후 나는, 도시의 빈 땅을 바라보며 묻고 또 물었다.

무엇을, 어떻게, 왜 지을 것인가.


마침내 이룬 현실과 꿈 사이의 균형, 마감과 예산 사이의 줄타기.

그 팽팽한 긴장 속에서 프로젝트가 실현될 때 짜릿함을 느꼈다.

그래서 나의 일이 좋았다.

몇 해를 채우고 또 채우며, 나는 그 감정을 붙잡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실직이라는 예상치 못한 공백 앞에 멈춰 섰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내려놓지 못했다.

구직 시장에 다시 뛰어들며, 나의 가치를 증명해 줄 크고 멋진 프로젝트만을 원했다.

그게 곧 ‘내가 아직 괜찮다’는 증명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한 건 일자리가 아니라, 스스로를 향한 안도감이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NEOM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내 이름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도 했다.

하지만 가족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고 결국 반려했다.

이후 같은 프로젝트의 시드니 기반 포지션이 열렸고 나는 다시 한번 기회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예고 없이 캔슬되었다.

굵직한 회사들과의 면접도 몇 차례 있었지만 항상 마지막 관문에서 멈춰야 했다.


오랜 시간 ‘증명’하며 일해왔기에 다시 나를 포장해서 내놓는 일이, 그 모든 ‘증명’이 버거웠다.

마음이 쉽게 지쳤다.


채우기 전에, 먼저 비워야 했다. 더 낮아지고, 더 정직해져야 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큰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가?

- 솔직히 간지 나니까.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과 리노루나의 행복.

일적으로 가장 소중 가치는?

- 모두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

그렇다면, ‘큰 프로젝트’만이 그 일을 가능하게 하는가?

- 아니다.


누군가는 포기라 하겠지만, 나는 방향을 바꾸었을 뿐이다.

작은 규모의 모두를 위한 프로젝트를 가족과 가까운 곳에서 할 수 있는 회사에 지원했다.

무려 세 번의 인터뷰 끝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 과정 속에서 자주 떠올랐던 그림이 하나 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값비싼 진주 귀고리를 한, 눈썹 없는 수수한 얼굴의 소녀.

허름한 옷차림 위로 당시 금보다 비쌌다는 울트라마린으로 채색된 푸른 두건.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겹쳐 그려낸 이 한 컷의 초상.


나와 그대 우리 각자의 인생도 그렇다.

겉으로 보이는 조건이나 성취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단단하고 묵직한 빛을 품고 있는 신비하고 귀한 존재.


우리 모두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다.


진주 귀고리를 한 리노


사회는 말한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더 높이, 더 멀리, 더 대단하게.

그것이 성공이고, 멋진 어른이 되는 길이라며.


나도 한때 그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 믿었고

나를 끊임없이 갈아 넣으며 달려왔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가스라이팅 당했다.

이 유명한 문장의 주인공 윌리엄 클라크 박사는 일차원적인 사회적 성공을 좇으라 하지 않았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돈이나 이기심을 위해서도, 사람들이 명성이라 부르는 덧없는 것을 위해서도 말고.
단지 사람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추구하는 야망을.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아는 것.

더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것을 지키는 것.

단지 사람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추구하는 야망을 갖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캣타워의 위치를 바꿨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나의 가장 소중한 클라이언트가 될 리노와 루나를 위해.


만족스러운 고객님들


햇빛의 각도와 바람의 방향에 따라,

우리의 우주는 매일 조금씩 재설계된다.


이 완벽한 작은 우주 속의 나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도 부럽지 않은

야망 넘치는 건축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