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하나 리노와 루나, 사막여우를 만나다

어떤 길들임에 대하여

by Cindy in Wonderland

루나는 요즘 자꾸 이상한 꿈을 꾸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바다 위, 고요하고 차가운 별빛이 쏟아지는 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작고 붉은 눈을 가진 여우가 앉아 있었다.


- 안녕. 나랑 친구 할래?

매번 같은 말로 시작하는 그 꿈.
루나는 그 꿈속 여우가 어쩐지 ‘진짜’ 같다고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아빠가 잠든 깊은 밤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 이리 와봐. 뭔가 있어.

루나는 쪼르르 달려가 창틀에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말로, 꿈속에서 본 그 붉은 눈의 여우를 만났다.

- 안녕. 나랑 친구 할래?

날 길들여줘!


리노는 말했어.
- 우린 아무도 길들이지 않아. 그냥 함께 있어.

여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 그거면 충분해.

달빛은 여우의 꼬리를 하얗게 물들였다.


루나가 물었어.

- 그런데 넌 왜 여기 온 거야?

- 난 한 아이에게 길들여지고 싶었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 하지만 이제 나는 기다림에 지쳐 나의 여행을 시작했어.

- 그래서? 그 아이는?


여우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 다시 만날 수 없었어. 하지만 괜찮아. 난 그 아이에게 이미 길들여졌고 그래서 그리워할 수 있으니까.

루나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 길들여진다는 건 너무 슬픈 거 아니야?

여우는 고개를 저었다.
- 그 애가 있었기에 세상 모든 밀밭이 황금빛으로 보여. 길들임이란 그런 거야. 서로에게 특별해지는 것. 그리고 그 특별함이 영원히 서로의 마음속에 남는 것.


밤하늘의 별이 유난히 투명하게 반짝였다.

셋은 창틀 위에 나란히 앉았다.
숨소리만 겹쳐진 채로.


- 네 냄새, 이제 익숙해.

루나가 말했다.

- 그건…
여우가 루나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 우리가 친구가 되었다는 뜻이야.


다음 순간, 사막의 여우는 없었다.
남은 건 아주 잠깐 스친 다정한 길들임의 온기뿐이었다.


루나가 말했다.
- 있잖아. 나 그 애가 보고 싶을 것 같아.


리노는 대답 없이, 루나의 이마에 이마를 살짝 맞댔다.

그날 이후 고양이들의 우주에 붉은 여우별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