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세 생명체의 조금 이상한 밤
리노는 별을 좋아하지 않았다.
별은 아름답지만 오래 보고 있으면 괜히 눈이 시렸다.
그럴 땐 창틀에 앉아 눈을 아주 가늘게 뜨고, 별빛을 온몸으로 느꼈다.
리노는 그런 고양이다.
조용하고, 사소한 것들을 오래 바라보는 고양이.
반면 루나는 별을 사랑했다.
엄마 아빠가 잠들고 나면 눈이 부셔도 밤새 별을 좇았다.
- 형아도 들었지?
루나가 말했다.
리노는 관심 없는 척, 꼬리만 한번 까딱였다.
- 진짜야. 저기 봐. 모래를 털고 있어. 황금 머리잖아!
리노가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누군가 그들의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황금빛 곱슬머리와 목도리, 조그만 키.
여우가 말 한 그 아이!
- 혹시 붉은 눈의 여우를 봤어?
- …
리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양이란 질문에 답하지 않는 동물이다.
‘네가 그렇게 믿는다면 그걸로 족해’라는 침묵의 철학자니까.
- 그 애는 너를 기다렸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루나가 소리쳤다.
작은 왕자는 잠시 침묵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 그땐 몰랐거든. 나에게 여우가 그토록 소중한 존재가 될지.
그건 여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거였어.
- 하지만 여우는 이제 널 기다리지 않아. 여우는 우리와 친구가 됐거든.
- 너무 다행이야. 난 여우가 조금도 슬프지 않기를 바랐어.
너희는 여우를 길들여 줬니?
안도감에 어린 왕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 우리는 엄마아빠도 여우도 길들이 지 않아. 그냥 곁에 있을 뿐이야.
리노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것. 그건 가장 어려운 길들임이야.
왕자가 미소 지었어.
밤이 깊어가고, 바람이 살며시 불어왔다.
- 너희의 별에 대해 말해줘.
왕자가 물었어.
루나는 꾹꾹이를 하며 말했다.
- 우리 별은 낮잠 자기에 완벽해. 너도 좋아할 거야.
- 그럼 넌, 네 별을 사랑하니?
리노가 대답했다.
- 난 사랑이 뭔지 몰라. 하지만 우리 별에는 엄마 아빠가 있고 나와 루나가 있어. 여긴 우리 집이야.
다음 순간 그는 없었다.
창문이 살짝 흔들렸지만, 바람이었는지, 모래였는지 알 수 없었다.
리노가 나지막이 말했다.
- 그래서 그냥 곁에 있을 뿐이야.
루나가 대답했다.
-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거잖아. 함께 있는 것!
그래서 내일은 엄마가 좋아하는 체리파이에 내 발도장을 꼭 찍고 말거야!
그리고 리노의 옆구리에 기대어 그릉 소리를 냈다.
두 고양이의 우주는 다시, 천천히, 조용히 돌아가기 시작했고 서로에게 기대어 스르륵 잠이 들었다.
달빛은 창문 너머로 흘러들어 두 고양이를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