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살 늦겨울, 그때까지는 세상을 바꾸고 싶은 열정이 넘치고 있었다. 그리하여 2019년 9월부터 온전히 스스로 준비를 시작하여 2020년 2월 21일부터 3월 1일까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직전, 민변 변호사들과 참여연대 활동가들과 민달팽이유니온의 활동가들 30분이 모여, 독일 베를린과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함께 서유럽 민생기행을 다녀왔다. 한국 사회에서 세입자 단체가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을 품은 채, 한국 사회를 지금보다 더 낫게 바꾸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주거 정책을 배울 필요가 있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해보라 하면, 못할 열정적인 도전이었다.
1. 베를린세입자협회 방문
독일 베를린에서는 베를린 세입자협회를 방문하였는데, 베를린세입자협회를 안내하는 브로셔에는 “1888년부터 세입자의 권리와 사회주택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법으로 뒷받침되는 합리적인 임대료를 지원한다. 또한 세입자들이 강제퇴거를 당하지 않고 새로운 사회 및 저렴한 주택 개발과 기타 도시개발을 지원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100년이 넘는 베를린세입자협회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처럼, 베를린세입자협회에서는 8천명의 회원이 월 10euro씩 회비를 내면서, 법률상담과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베를린세입자협회 앞에서 베를린세입자협회 대표(세바스티앙 바알스 변호사)와의 기념 사진]
2. 비엔나의 주택 정책
한편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인구는 190만명으로 유럽의 6대 도시인데, 10년째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선정되고 있었다. 비엔나가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선정되고 있는 데에는 지속적인 사회주택 공급정책으로 시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있는 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비엔나 시민의 소득 수준이 한국의 1.5배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비엔나 주민의 78%는 세입자인데, 주민의 50% 정도가 저렴한 임대료와 주거시설의 질이 좋은 사회주택(시영 25%, 기금지원 25%)에서 거주하고 있다.
[비엔나시에 있는 칼 막스 호프(주택단지) 앞 기념사진]
3.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약칭 세입자 114) 창립
당시 민변 변호사들과 참여연대 활동가들은 서유럽 민생기행을 통해 듣고온 경험을 모아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세입자 114)를 창립하였다. 지난 50년간 정부가 의도적으로 주택 투기를 통해 분양주택을 공급해온 한국 사회에서 더 많은 투기 소득을 위하여 주택 세입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막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택 세입자들 편에서 법률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민달팽이 유니온의 활동가들은 힘을 합쳐 2021년 9월 30일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세입자 114)를 출범시켰다. 당시 세입자 114의 창립총회에서 마련된 출범 선언문은 아래와 같으며, 현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의 변호사님 15분이 평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씩 매일 무료 법률상담을 맡아주고 있다.
창립선언문
1. 2021년 현재 저금리와 양적완화의 금융 환경에서 소득의 불평등을 넘어 부동산 자산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부동산 자산의 불평등은 도심내 토지의 개발이익을 개인이 사유화하면서,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한 시민들의 주거 불안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
2. 또한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2020년부터 여전히 진행중인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각 나라의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돈을 풀어 경제를 활성화하는 인플레이션 전략을 강력하게 시행토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지구촌 각국의 부동산 자산 거품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3. 여기에 대한민국의 수도권 인구 집중율은 외국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50%를 돌파하였고, 저금리로 인한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의 폭등은 주택 자산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주택세입자들로 하여금 평생 주택 한 채도 마련하지도 못하고, 임대료 부담에 시달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4. 벼락 부자와 벼락 거지는 코로나 사태 이후의 오늘의 현실을 비유적으로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주택을 자산으로 보유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하루하루 우울증과 화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주택에 투자를 한 임대인들은 하루하루 오르는 주택 가격에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다. 현재와 같이 돈 가치를 떨어뜨려 자산 가격을 부풀리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주택 세입자의 정직한 노동 소득은 주택 자산을 통한 자본 소득의 증가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 그리하여 주택 세입자가 아무리 정직하게 노동 소득을 모아 주택을 마련하려고 하더라도, 언제나 주택 가격은 저 멀리에 가 있게 된다.
5. 미래를 위해 돈을 투자하는 임대인은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임대주택은 단순한 상품이 아닌, 세입자들의 가족이 사는 집이기 때문에, 임대주택을 이용한 이윤의 극대화가 집에 대한 투자의 유일한 목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이에 우리는 주택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공정한 균형과 합리적인 협상을 위해 오늘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를 출범한다.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는 주택임대인과 임차인간에 주택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분쟁에 대하여 법률 상담과 소송 지원을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주택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마련과 입법 활동도 병행하여 추진할 것이다.
6. 이에 우리는 저금리로 인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자산 양극화와 서울과 수도권 주택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위하여 문재인 정부에게 아래와 같이 촉구한다.
가. 서울과 수도권 도심내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마련하여 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을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서울과 수도권 도심에 분양 주택을 아무리 많이 공급하더라도, 도심에 토지를 보유한 개인이 도심에 개통된 지하철과 학군과 병원 및 공원의 그 모든 개발이익을 사유화하기 때문에, 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에 대한 적정한 대책이 될 수 없다. 반면에 임대주택은 무주택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자산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도심 내 임대주택에는 시민의 문화시설 등을 복합 개발함으로써, 임대주택은 시민의 공유자산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분양 주택을 최대한 공급하여 서울의 주택 가격을 안정화시킬 있다는 환상을 접고, 서울과 수도권 도심에 주택 세입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최대한 공급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 주택임대차를 위한 신규 계약시에도 임대료 인상율 상한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
2022년 8월부터 순차적으로 임대기간이 종료되어 새롭게 주택 전월세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인구밀집지역인 서울, 수도권과 광역시 등에 한하여 신규 계약시에도 임대료 인상율 상한제를 도입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신규 임대료 인상율 상한제 도입으로 인한 임대주택의 공급 축소 부작용에 대해서는 5년 이내의 신축 주택에 대해서는 인상율 상한제 적용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7. 우리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는 주택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쾌적하고 안정적인 장기임대주택이 충분히 마련될 때까지, 주택 세입자의 정직한 노동소득을 통하여도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누릴 수 있도록 주택 세입자의 편에서 최선의 지원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