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와 부동산 18
아래 내용은 이준구(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님의 “부동산 관련 정책에 관한 두 가지 단상”, 2017. 한국경제포럼 제9권 제4호 참조하였다.
가. The Economist, "Levying the land(토지에 과세하기)"(2013년 6월 29일자)
토지와 재산에 대한 과세는 가장 효율적이며 교란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조세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토지가 어떻게 사용되며 그 위에 무엇이 지어져 있는지와 상관없이 부과되는 순수한 토지세는 가장 좋은 과세방식이다. 토지의 양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에 세금이 부과된다 해도 노동이나 저축에 대한 과세가 근로의욕이나 저축의욕에 악영향을 가져오는 것과 달리 토지의 공급에 교란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 대신 토지에 대한 과세는 그것이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되도록 부추긴다. ..... 건물의 가치를 포함한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실질적으로 부동산에 투자된 부분에 과세하는 것이므로 (토지세보다) 덜 효율적이다. 그렇다 해도 그 재산세는 소득이나 고용에 대한 과세보다는 사람들의 선택행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작다. OECD의 연구에 따르면, 여러 종류의 주요 세금 중 부동산에 대한 과세가 가장 성장친화적이다.
Taxing land and property is one of the most efficient and least distorting ways for governments to raise money. A pure land tax, one without regard to how land is used or what is built on it, is the best sort. Since the amount of land is fixed, taxing it cannot distort supply in the way that taxing work or saving might discourage effort or thrift. Instead, a land tax encourages efficient land use. ...... Property taxes that include the value of buildings on land are less efficient, since they are, in effect, a tax on the investment in that property. Even so, they are less likely to affect people's behavior than income or employment taxes. A study by the OECD suggests that taxes on immovable property are the most growth-friendly of all major taxes.
나. 부동산 과세의 필요성 - Tax Policy Reform and Economic Growth
① 위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는 OECD의 연구는 OECD Tax Policy Studies의 일환으로 발행된 Tax Policy Reform and Economic Growth라는 보고서인데, 여기서는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조세제도 개혁의 첫 번째 과제로 부동산 과세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제시하였다.
② 위 OECD 보고서는 여러 가지 조세를 경제적 선택행위에 교란을 일으켜 장기적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있는데, 이 순위에 따르면 소득세와 법인세가 가장 많은 교란을 일으키는 한편, 부동산 과세가 가장 적은 교란을 일으킨다. 따라서 소득세나 법인세의 수입을 줄이고 부동산 과세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체하는 세수중립적인(revenue neutral) 조세개혁이 효율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진다. 이 보고서는 장기적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주택에 대한 과세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다. 부동산 과세의 현실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부동산 과세가 갖는 장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이 분명하나, 현실을 보면 아직도 각국 정부가 부동산 과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못하다.
1) 그렇다면 이렇게 장점이 많은 부동산 과세가 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부동산 과세가 납세자들 사이에서 아주 인기가 없는 세금이기 때문에, 부동산 과세를 강화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2) ‘납세자들이 부동산 과세를 싫어하는 경향’ 가설에 대한 실증 - Cabral and Hoxby(2012) 연구
① 미국 각지에서 납세자들이 어떤 종류의 조세에 대해 집단적인 반발을 일으킨 '조세반란'(tax revolts)이 자주 일어났는데, 이때 주로 반발의 대상이 된 것은 재산세(property tax), 즉 부동산 과세였음을 지적하였다. 이에 반해 소득세, 판매세, 혹은 법인세에 대한 조세반란은 아주 드물었다.
② 그들은 Cole and Kincaid(2006)가 납세자들을 상대로 어떤 세금을 가장 싫어하는지를 물은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표 1 참조)하였는데, 재산세, 즉 부동산 과세가 거의 언제나 납세자가 가장 싫어하는 세금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였다. 게다가 재산세에 대한 반감의 정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해져 왔다. 2005년에 이르러서는 응답자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2%가 재산세를 제일 싫어한다고 대답할 정도였다고 한다.
③ Cabral and Hoxby는 주민들이 특히 부동산 과세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는 결정적 이유를 '가시성'(salience)에서 찾고 있다. 다른 세금과 달리 부동산 과세는 납세자의 눈에 바로 띄는 성격을 갖고 있어 그 부담이 특히 무겁게 느껴지고 그렇기 때문에 반감이 더 강해진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판매세나 부가가치세의 경우에는 물건을 사는 사람이 얼마만큼의 세금을 납부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이고, 소득세의 경우에도 급여를 받을 때 원천과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④ 납세자들이 부동산 과세를 싫어하는 또 다른 이유 - 그것의 부담을 회피하기가 쉽지 않다.
부동산은 이동성(mobility)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는 한 세금 부담을 회피할 방법이 없다. 효율성의 관점에서 볼 때 바로 이 사실이 부동산 과세가 갖는 장점일 수 있지만,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 세금 내기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 부동산 과세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⑤ 사람들이 부동산 과세를 싫어하는 이유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싫어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따라서 아주 용기 있는 정부가 아니라면 부동산 과세의 확대는 엄두조차 내기 힘든 형편이다. 개혁에 대한 각계각층의 저항을 이겨내려면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며, 하루아침에 개혁 작업을 끝내려 들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
라. 부동산 과세의 실현 방안
1)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부동산 과세의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경제학계에 어느 정도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2) 즉 이동성이 없는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민간부문의 선택행위에 최소한의 교란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고, 따라서 다른 곳에서 거둬들이던 세금을 이것으로 대체함으로써 경제성장에 좀 더 호의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동의한다.
3) 그러나 납세자들의 반감이라는 정치적 현실을 무시할 수 없고, 이와 같은 제약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극복하느냐에 개혁 작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마. 한국의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학술적 평가(이준구 교수님의 의견 요약)
1) 2005년 처음 종합부동산세가 처음 도입될 당시,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부동산 과세의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차원에서 정당성의 근거가 제시되지는 않았다.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서둘러 도입한 배경에는 당시 급박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던 부동산 투기의 열풍을 잠재우려 하는 의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이런저런 투기 억제책을 내놓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자 최후의 승부수로 던진 것이 바로 종합부동산세 제도였다.
2) 부동산 과세의 확장이 효율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점은 경제학계에서 거의 정설이나, 다만 납세자들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제약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3) 만약 종합부동산세가 원래의 계획에 따라 제대로 정착되었다면 우리 조세제도의 효율성이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을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고, 종합부동산세는 경제적 능력에 따른 과세의 원칙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할 수 있다.
4) 대부분의 나라가 소득을 유일한 경제적 능력의 대리변수로 보고 소득세를 능력원칙 구현의 중심축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행에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재산을 경제적 능력의 대리변수로 보고 이를 과세대상으로 삼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우리 주위를 들러보면 소득보다 재산이 경제적 능력의 더 좋은 척도라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관찰할 수 있지 않은가?
5) 우리나라를 위시해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재산세는 한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모두 더해 과세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경제적 능력에 대한 과세로서의 한계를 갖고 있다. 이 체제하에서는 여러 지역에 부동산을 분산해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누진과세를 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직적 공평성(vertical equity)의 원칙은 능력이 더 클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렇다면 종합소득세와 비슷하게 한 사람이 소유하는 부동산을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수직적 공평성의 원칙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다.
6)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일부 고소득자의 탈세로 인해 진정한 능력원칙의 적용이 어려운 현실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그것이 갖는 투명성으로 인해 탈세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우리 사회의 부유층 사이에서 부동산 사재기가 특히 현저한 점을 고려한다면 종합부동산세는 소득세에 뚫린 구멍을 훌륭하게 메워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7) 그렇다고 해서 도입될 당시의 종합부동산세가 아무런 문제점 없이 완벽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특히 소득의 흐름과는 무관한 부동산에 대한 과세가 갖는 본질적 문제로 인해 납세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면 납세자들의 반발을 크게 줄일 수 있었는데, 너무 욕심을 부린 나머지 오히려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었던 것은 두고두고 후회스러운 일이다.
8) 그 당시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즐겨 들었던 예는 근근이 저축한 돈으로 집 한 채를 간신히 마련한 은퇴자가 처해 있는 딱한 사정 또는 변변한 소득이 없는 터에 몇 백만원 혹은 몇 천만원에 이르는 세금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이었으나, 이는 2008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연령별, 보유기간별 공제율이 확대되었다. 사실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이 전 인구의 2%에 불과하고 나머지 98%의 사람들은 전혀 상관할 필요가 없는 세금이었다. 그러나 보수세력이 만들어낸 '딱한 은퇴자'라는 이미지는 종합부동산세야 말로 납세자를 마구잡이로 쥐어짜는 나쁜 세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였고, 이와 같은 인식의 확산에 보수언론의 선동적 보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9) 보수언론은 '세금폭탄'이라는 틀(frame)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를 촉발하였고, 실제로 세금폭탄을 맞게 될 사람은 전 인구 중 최대 4%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교묘한 틀은 세금폭탄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도 반대 대열에 동참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10) 2008년 9월에 발표된 이명박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제 개편방안』은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었으며, 과세기준금액을 다시 9억원으로 인상하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1세대 1주택 고령자에게 연령별로 다른 세액공제를 허용한 것은 분명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
※ 참고자료(종합부동산세법 제9조 제5, 6, 7항, 최대 80% 중복 적용 가능)
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정치적 반감(조세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위헌 논란은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미 정리된 상태이나, 시민들의 정치적 반감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사. OECD 주요 국가와 한국의 보유세율 비교
2015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율은 GDP 대비 0.8%, 총조세 대비 4.3%로 OECD 평균과 큰 차이가 없으나, 민간보유 부동산 시가총액을 대비하면, OECD 평균은 0.435%인 반면에, 한국은 0.156%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시민사회에서는 부동산 시장 가격 대비 1%까지 올리자는 구호가 많이 퍼져 있으나, 그 근거가 무엇인 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부동산 가격 대비 1%라면 지나친 것이고, GDP 대비 1%라면 거의 달성해 가고 있다.
아. 종합부동산세법의 입법 목적
제1조(목적) 이 법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여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아래 표는 2022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이며, 현재는 훨씬 완화되어 있다. 다만 추후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는 것이 타당하며, 서울 주택에 대한 투기가 심각해질 때, 다시 부동산 보유세를 올릴 수 밖에 없어, 2022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비교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