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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도착. 제주 올레 17길 일부

용두암부터 도두봉

by 투오아

50분 동안의 비행을 끝내고 제주 공항에 내렸다. 내일 새벽 6시부터 10시간 정도 예정하고 하고 있는 한라산 등반 이전에 우선 공항 근처에 가까운 제주 제주 올레길을 잠시라도 느끼고 싶었다

제주 올레길은 너무나도 유명하기 때문에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지만 공항 주변으로만 되어 있는 되어 있는 17길의 길이가 거의 18킬로미터가 되는 것을 보고 솔직히 믿기는 어려웠다.

지도상에서는 조금만 걸어가면 용두암이 나오는 것처럼 보여서 무작정 걷기 시작하였다. 20분쯤 걷다 보니 배낭의 무게가 느껴지는데 아직 해변가까지 올라가기에는 여전히 거리가 꽤 있어 결국 월성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걸어가다 버스기다리기

지도에 거리와 걸리는 시간까지 다 나오고 있음에도 믿지 않고 일단 걷기 시작한 내가 어찌 보면 과거로부터의 시간 여행자 같기도 하였다. 내 경험이 데이터를 이길 것이라는 생각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직업을 가진 나와는 참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이 들었다.

용두암에 가기 위해서는 제주사대부설중학교 정류장에서 내려야 한다. 어릴 때부터 제주도의 용두암은 많이 들었었는데 실물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짜 용 머리처럼 생기긴 하였는데 생각보다는 작았다. 내륙의 화산지형인 비둘기낭 폭포를 보았을 때 느꼈던 장엄함과는 사뭇 달랐다.

제주 용두암


용두암 관광안내소에들러 올레길 인증서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건 온라인으로 사던가 간세 라운지에서 사야 한다고 안내를 해주었다. 집 근처 걷기 길들은 하나같이 관공서에서 운영하고 있다 보니 인증 도장 책들이 모두 무료 배포였는데 제주올레도 그런 줄 알았다가 올레 패스포트라는 것을 돈 주고 사는 것이라는 듣고는 내가 얼마나 준비 없이 갑자기 오게 되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여행은 모르는 것을 경험하며 알아가는 것이지 라고 위안하며 공항의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곳이 잘 보인다는 도두봉까지 걷기 시작하였다.

오늘의 걷기 목표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 길을 자세히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차로는 도저히 볼 수 없었던 길거리에 작은 돌 한 조각조각, 나무 한 그루까지 천천히 보면서 걸을 수 있었다. 걷다 보니 어영마을을 지날 때 용천수가 나오는 유적지가 있었다. 해변가에 담이 둘러쳐져 있어 처음에 물을 가두고 낚시를 하는 곳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민물이 흘러내려 뿜어져 나오는 곳으로 거기를 막아서 마을 용수로 사용했다는 설명이 적혀있었다. 이름은 섯물이라고 설명이 나와있었고 여성들이 사용했다고 한다. 총 3개 층으로 맨 위층은 식수 그 아래층은 식재료를 씻고 맨 아래층은 몸을 씻었다는 설명도 재미있었다. 어릴 적 제주도는 해안을 따라 마을이 있고 그 이유가 용천수가 해안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배웠었는데 그걸 이제야 실물로 보았다.


또 걷다 보니 뭍의 봉화대 비슷한 것이 있었다. 가까이가 이름을 보니 방사탑이라 한다. 액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웠다고 하는데 그 높이가 상당하여 신기하였다.


이러한 곳들은 유명 관광지에는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이번처럼 걷지 않았다면 아마 아마 또 모르고 지나갔을 같아 소중하였다.


저 멀리 보이는 도두봉. 올레길 표지도 함께

좀 더 걷다 보니 멀리 도두봉이 보인다. 야트막한 동산으로 보였는데 그 위에 올라 보니 한쪽은 바다가 다른 쪽은 공항이 보이는 것도 재미있었다. 출발하려는 비행기가 엄청 많은지 요즘 코로나 검사 받는 우리가 거리두기를 하며 서 있듯이 비행기들도 한줄로 쭉 늘어서서 한 대씩 이륙을 하고 있는 것도 신기하였다.

도두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공항


시간이 네시 정도 되었다. 12시 20분에 김포를 출발해서 도두봉까지 오니 다리도 좀 피곤하고 특히 배가 고팠다. 근처 식당을 인터넷에서 찾아가서 전복 물회를 시켜 먹었다. 줄서서 들어가는 식당에 혼자 왔음에도 네 명 자리에 앉게 해 주시어 고마웠다.

식당 앞 다리.배가 지나다녀야 해서인지 무척 높다.

올레 17길 은 도로를 옆에 끼고 걷다 보니 차 소리가 많이 시끄러웠다. 경치는 이제까지 갔던 다른 제주도 길에 비하면 평범했다. 그래도 내 두 다리로 한 걸음씩 걸어왔다는 것이 특별하다.


버스를 타고 하룻밤 2만 원 하는 숙소로 들어왔다. 참 많이 예스럽고 냄새도 쾌쾌한 이곳에서 내일 있을 한라산 등산을 준비해본다. 한라산 백록담을 보려면 사전 예약을 해야 해서 어제저녁 부랴부랴 예약한 것이 관음사에 새벽 6시부터 8시 사이에 도착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24시간 김밥집에 들러 내일 아침 6시 김밥을 예약하니 이미 120개 주문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라산으로 향하는구나 하고 느꼈다. 이제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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