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부족한 요리사
오늘 아침 메뉴는 달걀 샐러드 빵이다. 유명 저가 커피숍에서 팔고 있는 빵인데 먹어보고 맛있어서 인터넷에 조리법을 검색해 보니 정말 쉬워 보여 만들어 보았다.
원 조리법에는 빵을 핫도그 빵으로 하여야 하는데 근처 빵집에 구할 수 있는 것이 모닝빵이라 이것을 이용해 본다.
총 4인분을 생각하며 만들었고 달걀은 한 사람당 2개씩 총 8개를 사용하였다. 달걀은 저녁에 잠들기 전에 삶았는데 둘째가 자기는 삶은 달걀 한 개 더 먹고 싶다고 하여 9개를 삶는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며 경험은 중요하니까 라고 외치면서 옆에서 참견하고 있는 초등 3학년 둘째가 있다. 아빠도 인생이란 젊음을 경험과 바꾸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자세라고 말해 주고 둘째에게 이것저것 도움을 요청해 본다.
우선 솥을 적당한 것을 찾아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둘째가 3개의 솥을 가지고 물어본다. 그중에 가장 적당한 크기로 골라준다. 그런 다음 솥에 물을 1L 담아 달라고 하였다. 요즘 정수기에 보면 물 양을 계량할 수가 있는데 1000mL가 1L 인지 잘 모르는 둘째가 1L라는 말에 엉뚱한 표정을 짓고 서 있어 1000mL를 누르면 된다고 말을 해 주었다. 그런 다음 식초 1 숟가락, 소금 반 숟가락이라는 조리법에 맞추어 식초를 꺼내고 소금을 꺼내서 둘째에게 숟가락을 들게 하고 식초와 소금을 계량해서 넣어준다.
솥을 불에 올리고 온도를 높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달걀을 넣고 12분만 삶으면 된다고 어느새 조리법을 보고 온 둘째가 알려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물이 끓기를 기다린다. 물에 기포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둘째가 물이 끓는다고 하기에 그건 물이 끓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좀 더 지나면 끓는 것이 뭔지 알게 될 것이라며 기다려 보라고 하였다.
물이 끓어오른다. 마치 성난 파도가 내 앞에 펼쳐지듯 솥 아래로부터 큰 거품이 물을 뒤집어 놓고 나오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둘째가 겁을 먹는다. 그래서 끓는 물에 달걀을 손으로 넣는 것은 위험하므로 작은 체를 이용해서 달걀을 4개씩 담아서 체째 물에 담갔다가 체를 뒤집어서 빼면 된다고 알려주자 둘째가 조심스럽게 달걀 9개를 두번에 걸쳐 넣는다. 그렇게 12분을 기다린다.
12분이 다 되고 타이머가 울린다. 불을 끄고 일단 찬물에 옮겼다. 둘째가 아까 사용한 체가 어디 있냐며 찾더니 자기가 먹을 달걀 1개를 쏙 빼가서 소금에 찍어 먹는다.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말을 듣기는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다행히 손을 데지는 않고 달걀 껍데기를 까서 소금에 찍어 먹으며 아빠랑 자기가 같이 만들었다며 엄마에게 한입 주고 나에게도 한 입 준다.
아침에 일어나서 같이 만들겠다는 둘째에게 그러면 너무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내일은 아빠가 만들께 하며 재운다.
아침 5시 20분이다. 일어나서 빵을 반으로 자르고 찬물에 담가 놓았던 달걀을 꺼내어 흰자와 노른자를 불리하고 으깨고 섞고 머스터드 2 숟가락, 마요네즈 3 숟가락과 후추 조금, 소금 조금 넣고 섞어 준다. 약간 떠서 먹어보니 머스터드 맛이 부족한 듯하여 1 숟가락 더 넣어주고 다시 섞는다.
그런 다음 갈라놓은 모닝빵 사이에 숟가락으로 달걀 속을 넣고 접시에 올려준다.
아침의 과정은 둘째와 함께 하지 않으니 모든 과정이 심드렁하니 재미가 없다. 깨울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드는데 그러면 또 있다가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는 그놈이 심하게 졸 것 같아서 그냥 재운다. 오늘의 아침밥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조금 뒤를 기대해 본다.
조리법:
이번이 세번째 하는 달걀 샐러드 빵이다. 그 동안 시도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정리해본다.
위의 원 조리법은 3인용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4인용으로는 4/3 을 곱하면 될 듯 한데 나의 경우 마요네즈, 머스터드 3숟가락씩을 사용하였다.
원 조리법의 핫도그 빵을 구하지 못하였다. 식빵도 사용해 보았는데 아이들이 너무 퍽퍽하다고 먹지를 않았다. 아내의 조언에 따라 모닝빵으로 바꾸어 보았고 그러자 아이들이 맛있다고 하여서 이번에도 모닝빵을 사용해 보았다.
달걀을 삶을 때 물에 달걀을 넣고 온도를 같이 올리면 달걀이 깨지지 않는다고 하여 그렇게도 해보았는데 두번 다 달걀이 깨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끓는 물에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달걀을 넣었다. 이번에는 깨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