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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 Jan 04. 2022

닥치고 방문하라 14화

왜 기다려야 하나요? _ 이달의 닥방사 14화 

오늘은 출판사를 시작한 뒤에, 시도한 닥방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요? 어제 나는 인스타라이브에  댓글을 남겨주신 한 분의 서점 대표님과 한 분의 활동가 선생님을 만나고 왔답니다. 뉴북나우를 장기간 같이 해주셨기에 한번은 꼭 뵙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때문에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고 먼저 말씀을 드렸어요. ^^ 하지만 바로 디엠을 보낼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으셨던가 봐요. 아, 서점 대표님은 이전에 한번 뵌적이 있어서 그렇게 여기지는 않으셨고 바로 뵈었죠. 


물론 몹시 바쁩니다. 아직 중학생인 두 아들들이 방학을 하기 전이고 출판사 본업도 계산서를 발행할 때이고 원천징수를 정리할 때이거든요. 또 새로운 기획의 계약서도 작성해야 하고 출간을 앞둔 원고의 교정도 봐야 하고 시작한 스타트업은 거의 매일 회의가 있어요. 심지어 4시에는 매일 1시간의 라방을 하고 있고 이번 달에는 뉴북나우 관련된 행사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쿠팡라이브 관련된 준비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아마 지금 나를 만난다면 나의 눈이 토끼눈이고 피부가 아주 까칠하다는 걸 아실 거예요. 특히 어제 라이브 찍어 놓은 것을 보니까, 10살은 늙어보이긴 하더라고요. 집에서 쓰는 흔한 조명 하나가 있고 없고가 고만큼 차이 난다는 걸 알았답니다. 


각설하고.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죠. 미루면 절대 만나지는 지점이 없어요. 우리는 달리는 직선과 같아요. 시작점은 있지만 끝점이 어디인지 몰라요. 가끔 휘어지거나 꺽일 수는 있어도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계속 어디론가를 향해 나아가는 반직선이에요. 나는 그런 상태로 많은 접점을 가지고 누군가의 한 때와 만나고는 합니다. 그게 나의 무늬가 되더라고요.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몹시 귀하고 소중한 일입니다. 어제 뵌 광진구의 다름상상 대표님은 너무도 멋진 분입니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서점을 운영하는데,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어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요. 그리고 2시에 뵌 책 읽어주는 약사 할머니 임연빈 선생님은 또 얼마나 훌륭한 분이신지 모릅니다. 내가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다면 두 분의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 


때문에 나는 훌륭한 삶의 이야기가 있는 분께 커피를 사는 일, 밥을 사는 일을 아주 좋아합니다. 2017년 대학원 원서를 쓰고 있었는데요. 뭔가 자격을 갖추고 싶어서요. 첫째가 원서를 내러 가야 하는 날에 새끼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어요. 수술은 훌륭하게 되었고 새끼손가락은 수술자국을 선명하게 가지게 됐지만 잘 접합이 되었습니다. 이 일로 원서를 쓰지 못하고 이주일을 내릿 간호를 하느라 붙어 있게 됐죠. 당연히 대학원은 물건너 갔습니다. 나의 친정, 그리고 시집의 두 어머니는 모두 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아이들을 두고 무슨 공부냐. 

다 늙어서 공부해서 어디에 쓰냐. 


남편 DJ까지 그랬다면, 정말 마음 둘 자리가 없었겠죠? 남편 DJ는 '가마니'를 선택했습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한번씩 자가다 일어나 등짝을 후려치고 싶게 만드는 태도죠. 


그래서 그때부터 다른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셋인 내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며 가족의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았거든요. 내가 없을 때 일어난 사고에 대한 책임감도 무거웠어요. 

그렇게 선택한 공부가 시간이 날 때마다 배울 사람을 찾아가 커피를 사고 인생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나는 당시 프리랜서로 강의와편집 일을 간헐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1년이 가장 지옥처럼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배울 사람과 하는 커피 한잔에 인생의 지혜를 듣는 일을 얼마나 오래 꾸준히 하고 있느냐면요. 지금까지입니다. 나는 모든 일에는 댓가가 지불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이 꼭 나에게 커피를 사겠다는 의지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가 커피를 사왔습니다. 계산이 없고 오지랖이 넓다는 평가를 자주 듣지만요. 

커피 한 잔을 나누며, 한 사람의 인생이 나에게 오는 일은, 흔한 기회가 아니에요. 그게 어떤 경험이던 간에, 배울 지점이 많습니다. 그런 의미로 커피 타임은 나를 성장시킨 커다란 동력입니다. 조금 더 오래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는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기도 하는데. 그만큼 깊은 이야기가 있는 자리들입니다. 작가인 나는 세상의 이야기가 그토록 궁금한데요. 집에서 아이 셋을 키우다 보면 세상의 이야기를 텔레비전이나 드라마 영화처럼 이미 가공된 컨텐츠로만 봐야 하거든요. 

그런 나에게 자신의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 커피 한잔을 마시는 동안에 지혜가 담긴 이야기를 건네 주신다는데, 시간을 내야 하는게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도 다들 놀라워 하시더라고요. 정말 커피를 마시러 오냐며. 네. 정말 갑니다. 


출판사에서 첫 책이 나오고 1년이 조금 못 되는 시점에 3번째 책 <별일 없는 마을에 그냥 웜뱃>이 출간되었습니다. 그게 2021년 3월의 이야기입니다. 그때 나의 인친의 숫자는 1500명 가량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3200명이 넘으니까 반년 남짓한 사이에 엄청나게 인친이 늘어난 것입니다. 고작 책이 4권 뿐인 달달북스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그 정도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지 않나요? 


그러니까 팔로워가 1500명 남짓이 되었을 때, 세 번째 책이 나왔고 그 무렵에 나는 독자님들이 궁금했습니다. 누가 나의 책을 사는가? 나의 책을 산 사람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사는가? 닥방이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책을 팔기 위한 닥방이 아니라 팔을 구입한 독자를 알고 소통하고자 떠나는 닥방 여행. 

나는 인스타에 책을 구매한 독자님들을 달달북스의 영원한 독자님으로 모시겠다고 선언하고 20명의 독자를 찾기로 합니다. 결과적으로 15명의 독자를 발견(해시태그를 이용해서 확인. 만나고 싶다고 하신 분들만)했고 약속을 잡아서 안동, 광주, 목포, 서울로 다니며 한분 한분을 만났습니다. 


첫번째 독자님은 안동에 계셨고 지금도 나와 왕성하게 소통하는 조**선생님. 선생님께 뵙기로 했는데, 나는 선생님의 섬세한 피드에 젊은 여자 선생님을 상상해 버렸고 ^^ 훌라라한 치마를 입고 갔어요. ㅡ,,ㅡ 뵙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조**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우리가 그림책을 어떤 경로로 만나고 그림책을 만나면서 어떤 성장을 하고 어떤 꿈을 꾸게 되는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 언제든 서울에 오시면 다시 뵙자고 하였지요. 그래서 우리는 다시 만났을까요? 서울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 어제 만난 다름상상의 대표님을 함께 만나게 되지요. 인연의 직조는 이런 식으로 놀랍게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서로의 숨이 나누어지면서 인생의 요소들이 서로의 무늬가 되며서 마지막 거인의 등에 모험가의 모습이 새겨지듯이 조** 선생님이 나의 삶에 새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나는 단숨에 날아가 목포 성덕유치원에 원장님을 뵌 일도 있습니다. 유치원의 특성상 아이들이 있었고 나는 별일 없는 마을에 웜뱃을 5세반, 6세반, 7세반에 들어가 함께 읽었습니다. 처음으로 하는 낭독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 강연의 경험으로 포항 리라 유치원에서 아이들 만나는 날을 기꺼이 해보겠노라 마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만남은 그렇게 나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겨울나무 님과 만난 날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겨울나무 님도 나와 같이 아이가 셋이고 안동이 고향이고. 나는 언젠가 겨울나무 님과 아이들이 볼 만한 놀라운 논픽션 그림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이 닥방 이야기도 길게 써야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오늘은 감질나게 여기서 줄여봅니다. 그리고 감히 말해봅니다. 나의 책을 구입한 독자를 만나는 것은, 서로에 대해 책이라는 무대 위에서 삶을 나누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내가 책을 쓸 때,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조금 더 숨을 고르게 된다는 것! 

그렇게 너의 특별한 점은 조금 더 숨을 고르고 내게 됩니다. 그 변화를 여러분은 책장을 넘기실 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감히, 말씀 드릴 수 있어요. 닥방으로 만난 독자님들과의 소중한 시간이 그리고 함께 교감하고 나누었던 마음들이 이제 달달북스의 책에 고스란히 스며들 것이라고요. 


그렇게 닥방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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